"마실 물도 없어요"…급수차 떠나면 '물 전쟁'

<앵커>

며칠 사이에 비가 간간이 내리기는 했습니다만 보시는 것처럼 중부지방의 가뭄이 심각합니다. 농작물은 물론, 이제는 사람들이 쓰고 마실 물조차 부족해서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곳이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박아름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수돗물을 가득 실은 비상 급수차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광주시의 한 마을입니다.

생활용수와 식수를 공급하는 건데, 벌써 한 달째, 매일 반복하는 일상입니다.

[김대중/광주수도관리단 : 하루 두 번 넣어 드리고 있는데 오전에 15톤, 오후에 15톤씩 1일 30톤을 공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인근에서만 마을 3곳이 이렇게 비상급수를 받고 있습니다.

[박차명/급수차 운전기사 : 저희가 식수용으로 물을 주고 있는데요. 모자라서 다음날 또 전화 오는 분들도 있고 하루에 몇 번씩 전화 오죠. 물 좀 갖다 달라고요.]

급수차가 떠나고 나면 물 전쟁이 시작됩니다.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경쟁적으로 물 확보에 나섭니다.

[홍선옥/마을 주민 : (급수하는) 그때 안 받아놓으면 못 써요. 내일 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그때까지 먹어야 하니까요.]

욕조부터 냄비까지, 집안 곳곳에 물을 받아놔도 밑 빠진 독처럼 금방 동이 납니다.

[김점순/마을 주민 : 세수하고, 화장실 보고, 빨래하고 그러죠. 이거 하다가 물이 없으면 여기서 잠자요, 빨래가. (빨래 하다말고) 잠을 자는 거죠, 물이 없어서.]

제가 서 있는 곳은 마을 뒷산에 있는 계곡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위쪽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다가 생활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원래 물이 흘러야 할 자리에 이렇게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말라버린 계곡만큼이나 주민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이봉진/마을 주민 : 밭에, 논에 어디 물 주지를 못해요. 차에 물 뿌리다가 싸움까지 다 났는데요. 먹을 물도 없는데 차 닦는 물이 어디 있어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도시 전체에 수돗물 공급을 제한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원도 속초시는 그제(17일)부터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제한급수'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취수원인 쌍천이 거의 말라버렸기 때문입니다.

[장계자/강원도 속초 주민 : (원래) 저기 강에서 고기를 잡았어요. 고기 잡을 때는 물이 (허리)만큼 있었는데 그 뒷날은 이만큼 줄더니 오늘 보니까 바짝 말랐네요.]

밤마다 물이 끊기니, 장사를 해야 하는 음식점들은 비상입니다.

큰 통으로 몇 개씩 물을 받아놔도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하남숙/식당 주인 : 밤 10시 되기 전에 물을 다 받아놔야죠. 화장실에서도 그 물로 써야 하고 손님들은 계속 오시니까요.]

현재 비상급수 지원을 받거나 물 사용을 제한받는 대상은 전국적으로 5만 세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위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