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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여 호국선열 추모?…천덕꾸러기 전락

<앵커>

지금 제 옆으로 보시는 것은 서울 양재동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입니다. 27년 전 성금을 모아서 건립한 건데, 지금은 관리가 전혀 안 돼서 전기까지 끊긴 상태입니다. 수백억 원을 들인 거북선 기념사업도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추모 사업 가운데는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죠.

SBS 연중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5일)은 진정한 추모에 대해서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최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기꺼이 바친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1988년 서울 서초구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봤더니 지붕 기왓장이 땅에 떨어져 있는 등 관리가 엉망입니다.

실내 전시실에 있는 전구조차 교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료도 두 달 치나 밀려 있습니다.

[이성섭/윤봉길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어떨 때는 무섭다고 도망갈 때가 있어요.]

보훈처는 기념관이 서초구 건물이고 관리권은 서울시에 있으니 서울시에서 지원하라고 하고, 서울시는 기념관이 보훈 시설이니 보훈처에서 지원하라고 하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다 벌어진 일입니다.

남해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형 거북선은 추모보다는 돈벌이를 앞세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확한 고증도 없이 관광 자원으로 만들겠다며 지자체들이 2005년 이후에만 경쟁하듯 330억 원이나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관리는 되지 않고 찾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임원빈/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장 : 고증을 안 한 상태에서 이런 사업들을 하다 보니까 공감대를 형성 못 하는 부분들이 있는 거죠.]  

2011년 세워진 이 평화의 소녀상엔 여전히 일반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감정적인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 여성의 보편적인 인권과 평화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한성훈/연세대학교 역사와 공간연구소 연구교수 : 그 고통과 비극을 사실적이고 실질적으로 전달하면서 공감, 연대, 혹은 소통의 차원에서 전혀 다른 기념물의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 검증, 그리고 지원, 이 세 가지를 갖춘 일상 속의 기억이 겉만 번드르르한 추모 행사나 기념물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양두원, 영상편집 : 박선수,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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