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번 큰 산불이 나면 숲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때까지 수십 년이나 걸립니다. 산불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 지난 2000년에 발생했던 동해안의 대형 산불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조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2000년 4월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9일 동안 산림 234㎢를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피해액 1천억 원.
여기에다 불길을 피하지 못한 숲의 무수한 생명까지 모두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15년이 지난 산불 현장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었고, 인공 조림했던 묘목은 4~5m의 제법 큰 나무로 자랐습니다.
산림과학원 조사결과 어류는 3년 만에 물에 사는 곤충류는 9년, 개미류는 13년 만에야 산불 이전의 상태와 비슷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숲이 더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 정상적인 숲의 기능을 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최소한 15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환/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원 : 큰 나무와 작은 나무, 그리고 그 밑에서 자랄 수 있는 또 작은 나무 그리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됐을 때 살 수 있는 초본과 균류들이 층층이 구성되었을 때를 정상적인 숲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류는 4년 뒤, 포유동물은 20년 더 뒤에나 개체 수가 예전과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토양은 더 심각합니다.
[박찬우/국립산림과학원 임업 연구사 : 토양 구조, 토양 내 미생물, 토양 양분은 식물이 자라고 잎이 떨어지고 부식이 되는 과정을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올 들어 산불은 예년보다 1.7배나 증가했습니다.
74%가 논, 밭두렁과 쓰레기 소각, 입산 실화에 의한 것입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숲에는 수십 년의 재앙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