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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만 타가라" 환자 상태 안 보고 '대리처방' 남발

<앵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도 보호자에게 처방전을 내주는 걸 '대리 처방'이라고 합니다. 환자가 병원에 가기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는데, 그렇다면 환자 상태를 잘 모르는 의사가 처방을 내준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노동규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7년간 뇌경색 증상을 앓아온 80살 박 모 씨는 지난해 말 증상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부축받지 않고는 거동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겁니다.

가족들은 7년간 한 병원을 다녔는데, 길게는 6달 가까이 의사 얼굴 한 번 못 본 것이 병을 키웠다고 주장합니다.

[환자 가족 : (의사를) 뭐 안 봐도 된다. 그냥 약만 받아도 된다. (진료실) 문 앞에 서 있으면 간호사가 와서 약 타가라 하고, 다음 달에 가면 또 다른 옆 방 의사가 약 처방 해주고, 진료도 없이.]  

병원 측은 박 씨는 거동이 불편하니 가족이 대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병원에 찾아가 봤습니다.

대리 처방을 받아 가는 보호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간호사 : ○○○보호자님.]

[환자 보호자 1 : (어디 아파서 그러신 거예요?) 저요? 아니에요. 보호자로 약 처방받으러 왔어요. 약만 처방받아서 가는 거예요.]

[환자 보호자 2 : (환자와) 같이 와야 하는데, 내가 와서 그냥 (대리처방) 하는 거예요. 그냥. 월요일에 오라 해서.]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처방하는 건 불법이지만, 환자 편의를 위해 제한적으로 대리 처방이 허용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환자를 처음 본 의사가 장기간 처방해 온, 즉 같은 약을 대리 처방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박 씨 가족에게 대리 처방전을 내준 의사들은 주치의가 아닌 의사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박 씨를 본 적 없는 의사가 진료 기록만 보고 처방을 내준 겁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예약 시간을 지키지 않았을 때 예외적으로 처방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환자 본인이 병원에 와야 한다고 계속 권유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병원 관계자 : 막 싸워서라도. 약 처방 못 한다 해서 (보호자) 내보내고 기어코 환자를 모시게 해 처방해 줬어야 옳은데 그렇게 못 한 저희 책임이죠.]  

대리 처방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안전성을 고려하면 대리처방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대리처방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상편집 : 윤선영, CG : 최양욱,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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