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치매 환자들은 발병 후 진단을 받는 데까지 평균 2년 반이 걸립니다. 치매에 걸린 사실을 숨기거나 부정하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겁니다.
치매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기획, 김경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80대 할머니가 아들과 함께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몇 명이 있어요? 손자가 몇 명이신가요?]
손자가 몇 명인지 답하지 못한 할머니는 갑자기 역정을 냅니다.
[80세 할머니 : 나 안 미쳤어. 바른대로 말해줘.]
[50대 아들 : 미친 거 검사하는 게 아니라 기억력 검사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3년 전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할머니가 부정하는 바람에 뒤늦게 검진을 받게 됐습니다.
[(어머니 치매가) 경증인 줄 알았더니 상당히 중증이네요. 많이 가슴이 아프죠.]
전국 보건소에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로 치매 검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보건소나 병원을 찾은 사람은 74%에 그칩니다.
치매가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수치심 탓에 숨기려 하는 사람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김기웅/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거의 중기로 넘어갈 무렵 쯤에 진단을 받게 되시거든요. 치료효과를 최대한 볼 수 있는 초기라는 귀중한 시기를 놓치게 되는 거죠.]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이 80대 할아버지는 매일 약을 복용하면서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88세 치매 환자 : 만족하지. 우선 이 사람(부인)이 같이 있어서 최고야.]
가족들의 권유로 조기에 치매 진단을 받고 적극 치료에 나선 경우입니다.
[치매 환자 부인/82세 : (남편이) 생활하는 거는 주변 사람들에게 큰 지장을 주진 않아요.]
미국 연구 결과 치매 환자가 초기에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하면 5년 뒤 요양시설 입소율이 10%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앙치매센터는 초기에 치매 치료에 나서면 1인당 간병비는 6천만 원, 간병 시간은 1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찬모·김학모,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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