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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300만 원에 삽니다"…'위험한 유혹' 여전

<앵커>

실제 사용자와 명의자의 이름이 다른 이른바 대포통장은 각종 금융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포통장이 지난 2012년 3만3천 개 정도에서 지난해는 4만 4천여 개로 급증했습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대포통장을 빌려주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 경보까지 발령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이 강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 발령 이후인 지난 18일. 

인터넷 포털에는 여전히 통장 명의를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광고 글이 널려 있습니다.

[통장매매업자 : 저희는 매일 매일 10만 원씩 드려요. 한 달 채워지면 100만 원을 또 일시불로 드리는 거니까요.]  

취재진은 경찰의 도움을 얻어 이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대포통장 업자는 통장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과정을 일일이 지시했습니다.

[통장매매업자 : 은행에서 전화가 오면 의심받으니까요. 가서 연락처, 정보 다 제 번호로 변경하시고 노란색 불투명 테이프로 아예 칭칭 감아야 돼요. (대포통장이 든)박스 전체를 다.] 

얼마 뒤 이 남성은 자기가 보낸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통장을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퀵서비스 기사 : 위치가 어딘지는? 저도 잘 몰라요. 능곡역 앞에 가서 연락하라 그래서… 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서요.]  

통장을 건네받은 오토바이를 취재진이 뒤쫓았습니다.

충무로에서 출발한 오토바이는 연신내를 지나 상암동을 거쳐, 한 시간 뒤 경기도 일산의 한 건물 앞에 도착했습니다.

퀵 기사는 거기서 한 남성을 만나 통장이 든 쇼핑백을 건네줍니다.

통장을 받은 남성은 급히 길을 건너더니 순식간에 건물 안쪽으로 사라집니다.

취재진이 쫓아갔고 잠복했던 경찰도 검거에 나섰습니다.

[아이고, 이거 뭐야? 이거 다 카드나 통장이잖아요. 수갑 가져와, 수갑 가져와. 이거 뭐야? 이거 한 번 열어봐요. 이거 뭐예요? 열어봐요.]  

남성은 대포통장 중간 모집책으로, 최근까지 14개의 대포통장에서 1천500만 원을 찾아 다른 조직에 건넨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대포통장 업자뿐만 아니라 통장을 빌려준 사람들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통장 명의 도용자 : (경찰이) 피의자로 조사받는다고, 범죄 목적으로 쓰일 거 알고 준 거 아니냐…]

뿐만 아니라 빌려준 통장 때문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하고 금융거래 역시 막히게 됩니다.

[ATM이나 인터넷 뱅킹이 안되니까 은행가서 돈 보내고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해요.]  

특히 올해 1월부터는 대가 없이 범죄 행위에 통장을 빌려주기만 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 만큼, 위험한 거래는 절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 [뉴스토리 다시보기] "안쓰는 통장, 300만 원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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