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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기습 철거하려다…"신뢰 어긋난다" 제동

<앵커>

서울 강남구청이 구룡마을 주민회관을 철거하려다가 2시간 반 만에 중단했습니다. 어제(5일) 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오늘 철거를 시작하는 신뢰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법원의 판단 때문입니다.

보도에 손형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서 농성하며 버티던 주민들이 용역 업체 직원들에게 끌려나갑니다.

회관 안에 있던 집기들이 치워지자 굴착기 두 대가 동원돼 회관 건물 앞뒤를 본격적으로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오전 8시쯤 행정대집행이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중장비가 동원돼, 건물을 다 부쉈고 지금은 앙상한 골조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2시간 반 만에 철거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문이 현장에 날아들었습니다.

법원은 강남구가 철거 집행에 관한 자료를 오늘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답변하고는, 곧바로 철거를 진행한 것은 신뢰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재완/주민자치실장 : 화가 나고 억울하고 미치겠습니다. (판사가) 내일 결정을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었거든요.]  

구청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반파된 자치회관은 농수산물 판매 점포로 허가가 났지만, 일부 토지주들의 집과 사무실로 쓰여 불법 건축물이라는 게 철거 집행의 근거입니다.

[조규태/강남구 주거정비 팀장 : 자진 정비하라고 계고장을 보냈습니다. 자진 정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했는데요.]  

서울시는 겨울철 강제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남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도시 빈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재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오늘 충돌까지 더해지면서 주민과 서울시, 강남구 사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김태훈·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VJ : 도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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