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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려 해도 보증금 발목…악몽 된 실버타운

<앵커>

식사에 집 안 청소, 의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버타운은 노년의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에 일곱 곳은 당초 약속한 대로 서비스를 하지 않아서 편안한 노후는커녕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상우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입니다.

5층 건물의 3층과 4층은 실버타운, 나머지는 암환자 요양병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운영 현황을 묻자, 업체 직원은 방이 모자랄 정도라고 자랑합니다.

[실버타운 계약담당직원 : 30평은 아예 없고 20평도 없고 15평도 2개 남았어요. 빈 데가 없어요. 한 번 들어오시면 안 나가시고.]  

하지만, 입주 노인들은 전혀 다른 얘기를 풀어놓습니다.

[실버타운 입주민 : 식사는 어떠냐고 물어보면 뭐 그저 넘어갈 수 있는 정도… 목욕탕도 해놓고 운영 안 하고…(지금도 안 해요? 목욕탕?) 지금 하는데 목욕탕 하나 가지고 하루는 남자, 하루는 여자, 환자들도 하고, 난 한 번도 여기서 안해.]  

당초 전체가 실버타운이던 건물에 운영업체가 수익을 더 내겠다며 암 환자 요양병원을 추가 개설하면서 입주 노인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 겁니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떠나려 해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입주 때 일인 당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가량의 보증금을 냈는데, 운영업체 측이 160억 원가량의 빚 때문에 돌려줄 보증금이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버타운 관계자 : 지금 당장 나가시면 우리가 돈 못 내준다. 솔직히 못 내주니까 한 몇 년을 더 살아라.]  

시정명령권을 가진 구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구청직원 : (실버타운) 다 정리하면 좋지 않을까. 시설 폐지하고. 그런데 현재 계신 분들 마흔일곱 분이 계시거든요.]  

현재 실버타운은 전국에 100여 곳이 있지만, 미분양에 따른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당초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70%에 이릅니다.

[이한세/컨설팅업체 대표 : 분양이 잘 안 되거나 문제가 있어서 노인들이 아닌 60세 이상이 아닌 일반인들, 젊은 사람들도 막 받는 곳이 있어요.]  

실버타운은 명목상 사회복지 시설이지만, 아파트처럼 개인 소유권이 인정돼 정부의 관리사각 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개인의 재산권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노인복지 차원에서 실버타운의 설립 자격이나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 SBS 뉴스토리 - 실버타운, '노년의 안식처' 혹은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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