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이 돼 왔던 서울대 강 모 교수에 대해서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미온적인 대처를 해 온 대학이 학교 안에서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결국 형사처벌 절차를 밟게 된 겁니다.
보도에 류란 기자입니다.
<기자>
피해 여대생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낸 지 넉 달 만에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는 고소장을 낸 20대 인턴 여대생을 무릎에 앉히고 몸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나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나선 20명 넘는 제자들이 검찰 조사에 응했고, 검찰은 상습적인 성추행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피해 학생/한수진의 SBS전망대 인터뷰 : 본인이 마음에 드는 학생을 정하고요, 지속적인 연락을 비롯해 신체적 접촉을 (했어요). (응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얼마나 예뻐했는데 우습게 안다,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했고요).]
강 교수가 낸 사표를 수리하겠다던 서울대도 갑자기 방침을 뒤집어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생들에게는 슈퍼 갑일 수밖에 없는 교수들의 성범죄에 대해 어물어물 덮어버리거나 사표를 수리하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해 왔습니다.
최근 강원대에서도 상습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교수가 사표를 제출하자 한 달 반 넘게 계속됐던 조사가 하루아침에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사표가 수리돼 면직되면 퇴직금과 연금을 그대로 받게 되고 더욱이 다시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특히 성범죄 교수들이 학계에서 축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피해 학생 : 아무래도 교수님이 앞으로도 많은 시간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교수
님이었어도 신고하기는 어렵기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신고를 하기보단 쉬쉬하며 참게 돼 결국 교수들의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대학에서는 교수의 성범죄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학내 인권센터가 조사를 맡고, 징계위원회가 처벌 수위를 정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학내 인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은솔/고려대 대학원 학생회 임원 : 사표를 수리해서 더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아버리면 (인권센터나 징계위가) 단순히 면피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을 중시하는 대학의 자정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인사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사 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