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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에 치약 바르는 아이들…전쟁이 앗아간 동심

<앵커>

내일(19일)은 유엔이 정한 아동 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가난과 질병,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정한 날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학대받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3년 넘게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의 아이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규진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산맥을 사이에 두고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동쪽 끝 베카 밸리입니다.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 60만 명이 곳곳에 천막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하수 시설이 없는 천막촌 주변은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맨발입니다.

여기저기 긁히고 찢기고 상처 입었지만 신발은 구할 수 없고, 병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자카야 헤센/시리아 난민 : (아기가 기름에 데었는데) 병원비 3만 리라(2만 원)가 없어 치약을 발라줬어요.]

12살 삭크르와 11살 아흐메드 형제도 1년 전 이곳에 왔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과 학살을 간신히 피해 탈출했습니다.

[삭크르(12살)·아흐메드(11살) : 시리아군이 학교에 반군이 있다면서 포탄을 떨어뜨렸어요. 선생님들이 다 돌아가셨어요.]  

농부였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난 뒤 자포자기에 빠졌고 형제가 대신 고철을 주워 스물넷 대가족의 생계를 꾸려갑니다.

[아흐메드/시리아 난민 아동 : 학교 갈 시간이 없어요. 빵을 사려면 일을 해야 해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왔지만 이국땅에서 기다리는 건 배고픔과 또 다른 폭력입니다.

[우리가 고철을 훔쳤다면서 쫓아와서는 라이터불로 제 귀를 지졌어요.]

아이들의 꿈을 갉아먹는 건 가난만이 아닙니다.

시리아 난민 사이에서 이뤄지는 조혼의 악습은 어린 소녀들의 꿈을 앗아가는 전쟁의 또 다른 파편입니다.

라쉐다 씨는 지난달 이제 13살인 큰 딸을 결혼시켰습니다.

고향에서 벌어진 참상이 언제 또 벌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입니다.

[라쉐다/시리아 난민 : IS가 여자애들을 납치하고 성폭행했는데 이곳이라고 안심할 수 없었어요.]  

의사가 되고 싶었던 13살 소녀의 꿈은 내전으로 엉망이 됐습니다.

[아지자/지난달 결혼(13살) :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게 배우는 건데….]

3년간 내전으로 20만 명의 시리아인이 숨졌고, 난민이 된 330만 명은 인접한 터키와 요르단, 레바논을 떠돌고 있습니다.

난민의 절반은 어린이인데 5명 중 4명은 학업을 포기한 채 생계형 노동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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