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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전용 구역에 '얌체 주차'…비상시 무용지물

<앵커>

아파트 단지는 한번 불이 나면 큰 피해로 번지기 쉽기 때문에 초기에 진압하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고가 사다리차 같은 소방 차량을 세우도록 아파트마다 전용 주차구역까지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작 불이 났을 때 무용지물일 때가 많습니다. 얌체 주차 때문입니다.

기동취재,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차량, 빈 주차 공간이 있는 데도 굳이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에 멈춰 섭니다.

낮·밤 가릴 것 없이 소방차를 위해 마련된 전용 주차구역에 엉뚱한 차량들이 서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 어제 늦게 들어왔는데 대리기사가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간 거예요. (주차 공간이) 부족해요.]

아파트 안에 마련된 이런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은 화재가 났을 때 고가 사다리차를 펼칠 수 있도록 마련된 최소한의 공간입니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평소에도 이렇게 구역 앞뒤를 비워둬야 합니다.

고가 사다리차를 타고 전용 주차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진입 전부터 곳곳이 장애물입니다.

어렵게 들어갔더니 소방전용이라는 표시가 무색하게 차량들이 곳곳에 주차돼 있습니다.

[홍봉기/아파트 관리사무소 주임 : 지하주차장으로 이용을 잘 안 하시고 자기 세대에 좀 빨리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가까운 데다 세우다 보니까.]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주차 공간이 부족한 아파트에서는 이중주차가 일상화돼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아파트 주민 : 제가 오늘 자전거 타고 나오면서 깜빡하고 왔네요. 평소에는 (소방전용주차구역 밖으로) 따로 옮겨놓고 오는데….]

이렇다 보니 정작 소방차량은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지난 9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2명이 다치고 수십 명이 대피했는데, 당시에도 고가 사다리차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현장 출동 소방관 : (못 들어간 게) 고가 사다리하고 물탱크차죠. 모서리 부분에 주차된 차량 한 대 때문에 진입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 보니, 현재로써는 지키지 않더라도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소방당국이 계도는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양경철/인천계양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초기 화재 진압이라든지 인명 구조 활동이 늦어지게 되어 결국 대형 화재 사고로 이어져 피해가 입주민에게 돌아갈 수도.]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주차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태훈, 영상편집 : 장현기, VJ: 김종갑, 화면제공 : 인천 계양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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