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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기를 원동력으로…재난에서 만들어 낸 변화

<앵커>

'공공성'의 회복을 통해서 한국사회를 재설계하자는 연속보도 순서입니다. 오늘(9일)은 대형 재난 때문에 생긴 위기를 오히려 변화의 원동력으로 바꿔놓은 미국 사례를 보겠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었습니다. 참혹한 재난 이후에 인내심을 갖고 제도를 바꿨고, '미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카트리나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미국이 비극에서 배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정호선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2005년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완전히 초토화됐습니다.

이재민 110만 명, 확인된 사망, 실종자만 2,500명을 넘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였습니다.

[키쓰 브라운/뉴올리언스 주민 : 모두가 대피하려고 했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전부 쓸어가 버리는 물살, 그런 상황을 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태어나서 가장 공포스러웠다.]

피해가 증폭된 것은 리더십과 시스템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대피와 구호에 실패했고, 9.11 이후 재난보다는 테러대응에 주력한 연방재난관리청도 무기력했습니다.

[크리스 카메론/핸즈온(자원봉사 시민단체) 디렉터 : (그 당시)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미국은 비극을 그냥 잊진 않았습니다.

진상조사를 위해 의회를 중심으로 6개월 동안 22차례 청문회를 열었고, 300여 명이 증언대에 섰으며 83만여 쪽의 자료를 조사, 검토해 최종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의회는 1년여 만에 '포스트 카트리나 재난관리개혁법'을 처리했고, 재난관리청을 독립적인 기구로 원상 복구시켜 권한과 위상도 강화했습니다.

지역 사회도 움직였습니다.

NGO는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즈를 되살리기 위해 '재즈 음악인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캘빈 존슨/재즈음악가 : 태풍이 이곳의 톡특한 풍조까지 휩쓸어 가버렸다. 이 마을은 바로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가지고 와서 뉴올리언스의 풍조를 다시 만든 것이다.] (웹사이트: www.calvinjohnsonmusic.com)

통신이 두절돼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 손을 높이 든 모양의 4m 높이의 '구조거점'을 곳곳에 만들었습니다.

카트리나라는 비극을 잊지 말자는 '사회적 약속'을 형상화한 겁니다.

[조이 브루스/자원봉사자 : (허리케인 시즌이 되면) 준비가 됐는지, 대피계획은 어떤지,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등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미국은 '개인주의'와 '경쟁'이란 가치가 중시되지만,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가 활발해 시민의 영향력과 정책입안역량이 높습니다.

비록 고통스런 기억이지만 재난을 끊임없이 되짚고 또 반복적으로 곱씹어야 국가관리시스템을 새로 쓰는 뚜렷한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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