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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어기면 중절 수술까지…간호사 '임신 순번제'

<앵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임신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니까 간호사들끼리 임신 시기를 미리 정하는 이른바 임신 순번제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 순서가 아닌데 아기를 가지면 중절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한 병원에서 한 달 사이 간호사 4명이 한꺼번에 임신을 했습니다.

그런데 불임 끝에 어렵게 임신한 한 간호사에게 건네진 첫 마디는 "이번에 네 순서가 맞느냐"는 질책이었습니다.

['임신 순번제' 경험 간호사 : 최우선적으로 축하를 먼저 받아야 될 일인데 부서장이나 위에서부터 대놓고 '네 순서 맞니?', '굳이 이번에 낳아야 되겠니? 남한테 피해 주는 건 생각 안 하고…']

간혹 순번이 아닌데 다른 사람과 겹쳐 아기를 가질 경우 질책을 우려해 몰래 중절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산 경험 간호사 : 아픈 추억인데요. 출근해서 입덧하는 걸 수간호사가 어떻게 참고 보겠어요? 12주 때에 유산을 시켰어요.]

전국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 결과, 간호사 5명 중 1명이 이처럼 '임신 순번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호사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시간 가까이 됐고 임신한 간호사 가운데 22%가 야근까지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산을 경험한 경우도 18.7%에 달했습니다.

출산장려가 국가적 과제가 됐지만, 정작 병원은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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