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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만큼 끊기 힘든 도박, 연령대도 낮아져

도박 중독 위험자 265만 명 육박

<앵커> 

우리나라 사행산업은 이렇게 7가지가 정식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연 매출액이 19조 원쯤 됩니다. 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 도박의 규모는 7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내년도 국방 예산의 2배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박이 점점 더 은밀해지고 중독자의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뉴스인 뉴스 한승구 기자입니다.

<기자>

어둑어둑한 저녁,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모여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단속팀 반장 : ○○하고 △△하고 정문으로 가. 거기는 문이 하나밖에 없어.]

순식간에 3층까지 뛰어 올라가 CCTV를 제거하고 문을 뜯어냅니다.

하지만 안쪽엔 문이 또 나오고, 소방대원까지 출동해도 문을 열 수 없습니다.

[틈이 없다 틈이 없어.]

할 수 없이 사다리를 놓고 3층 베란다로 침투하려는 순간, 종업원과 손님들이 문을 밀치고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들어가세요. 뭐하는 거야. 들어가.)]

[(오세요. 따라오세요.) 알았다니까 왜 이래요. 옷 다 찢어지고 뭐하는 거야 이거.]

내부는 불법 게임장이었습니다.

화장실에 숨긴 검은 봉지 속에서는 게임 칩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종원/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팀장 : (게임 이름이 아름다운 섬이라고 돼 있던데?) 아 그건 위장한 거고요. 칩을 꽂으면 바다이야기로 게임이 바뀌는 거죠.]

돈 뭉치와 장부도 발견됩니다.

[단속 경찰관 : 1번 게임기에 23만 원이 들어갔다는 거예요. 이건 83만 원…]

게임을 하던 10여 명이 그 자리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아는 동생이 가자고 해서 잠깐 들렀다가 이렇게 된 거거든요. 나 이거 곗돈인데 어떡하라는 거야.]

[(게임장 다닌지) 3, 4년 된 거 같아요. 고래 나오고 이러면 스릴 있고…]

이렇게 도박에 중독됐거나 중독 위험에 있는 사람은 265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도박 중독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가져온 남자 농구.

극적인 승부를 앞두고 온라인에선 치열한 베팅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보다 배당률은 높고, 베팅 한도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라트비아나 몰타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리그에도 돈을 걸 수 있습니다.

[스포츠토토 중독자 : 야구에 베팅해서 9시 반쯤 경기가 끝났는데 틀려버렸단 말이에요. 일단 화가 나니까 무슨 경기인지도 모르지만, 베팅을 하는 거예요.]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해졌고 혼자 즐길 수 있다 보니 이용자가 끊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어느 직장인이 9시간 동안 앉아서 일만 하겠어요. 그냥 켜 놓는 거지. 그래서 베팅을 해 놓고…]

최근 상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실태에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 30대라는 특징입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자의 연령층, 즉, 젊어지는 추세를 가장 걱정합니다.

도박은 마약만큼 끊기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모 씨는 도박으로 8억 원을 날린 남편 때문에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끊은 줄 알았는데 13년 만에 재발했습니다.

[도박 중독자 부인 : 집에 왜 안 들어 오냐 그러면 '협력업체 어디가 부도가 났다, 내가 이놈들을 잡아서 돈을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죠, 저는.]

가족이나 친구가 이유 없이 돈을 빌려달라거나 수면 패턴이 바뀐다면 일단 도박을 의심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도박 빚을 갚아주는 건 금물입니다.

[이정임/서울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치유재활팀 : 당사자가 이제 해결을 하게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치료에서 굉장히 아주 그 기본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되는 건데 대체로는 가족분들이 그 기회를 없애버리죠.]

어릴 때부터 도박중독의 위험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인터넷 도박 중독자 : (PC방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도박을 하고 있는 거예요. 부모님들한테 계속 돈을 요구를 하게 될거고…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뻔히 보이니까 그게 너무 안타깝죠.]

[전영민/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센터장 : 수학적으로 확률적으로 딸 수 없는 구조라는 걸 갖다가 교육을 해주는 거죠. 여가 수준 정도로 하면서 문제가 될 수준 되면은 튕겨져 나올 수 있는, 바로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불법도박 처벌도 강화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도박중독의 피해자는 결국 본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김태훈,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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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만큼 끊기 힘든 도박, 연령대도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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