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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실기 없앤 미대의 실험…창의력 꽃폈다

<앵커>

서울의 한 미술대학이 2년 전부터 실기 시험 없이 잠재력만 보고 신입생을 선발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결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보도에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미술대학 1학년 실기수업 시간입니다.

[교수 : 얼굴 같은 경우는 이렇게 따로 남겨놓지 말고 같이 (진행하도록.)]

예전 같으면 입시 전에 이미 학원에서 다 배웠을 내용이지만 이 학생들은 기초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물감은 의도적으로 흘린 거야? (아니 실수로…) 뭔가 특별한 오묘한 의도가 있나 했네. 재밌어.]

입시생의 그림만 봐도 어느 학원 출신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획일화된 미술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 대학은 2년 전부터 입시에서 실기 전형을 없앴습니다.

고교 때 미술 활동 보고서와 심층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그 결과 신입생 3명 중 1명은 학원 경험이 없는 학생이 뽑혔습니다.

[이슬기/홍익대 시각디자인과 :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미술부를 만들어달라고 먼저 말씀을 드렸어요. 방과 후 활동 일부러 열어주시고 실기를 주로 거기에서 배웠던 것 같아요.]

지난 2년간 이렇게 신입생을 뽑은 결과, 이 대학은 단순한 기술은 1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재확인했습니다.

더 큰 결실은 학생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는 겁니다.

[이준범/홍익대 조소과 : 철학이 없는 미술은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 같은 것보다는 교양을 쌓아서 생각을 깊이 하는 게.]

이런 미대 입시 변화는 대학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좀 부족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인재를 뽑아 직접 교육한다는 대학 본연의 의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학생 선발 때 입시 성적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영재 학원을 다녀 수상 실적이 있거나 각종 성적이 높게 나오면 대학 가기가 쉬웠고,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려온 게 현실입니다.

[홍경희/홍익대 미대 학장 :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아이가 누구냐를 뽑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고, 학교는 당연히 그 아이들을 받았으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써 키워야 할 의무를 갖고 있고.]

이 미술대의 사례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우선하는 입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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