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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보다 계산…고문 같은 한국식 수학 교육

<앵커>

세계 100개 나라에서 수학자 5천 명이 참여하는 세계 수학자 대회가 모레(13일)부터 서울에서 열립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도 여기서 결정됩니다.

지금까지 16개 나라, 52명의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한국인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기타 나라에도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다들 수학에 들이는 공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입니다. 우리 수학 교육이 어떻길래 그런 것인지 연속기획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고문 수학'이라는 신조어로 시작합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시간입니다.

문제를 풀고,

[수학 교사 : 두 가지 다 풀어볼게요. 자, 가볼게요.]

또 풀고,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보세요. 부탁이야.]

또 풉니다.

진도 나가기 바쁘다 보니 시험 범위까지 늘었습니다.

[범위가 늘어났어요.]

고등학교 이과 수학은 수학1, 2와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이렇게 총 4과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에 수학 익힘책이 과목별로 한 권씩 총 4권이 따라붙고요, EBS 연계 교재가 과목별로 두 권씩 총 8권이 있습니다.

결국, 이과 학생들은 수학으로만 16권의 필수 교재를 공부해야 합니다.

[이철희/고등학교 수학교사 : 이 많은 책을 제한된 시간에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 3번씩 반복해서 이유를 설명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이런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들이다 보니까.]

한국의 수학 수업시간은 전체의 12% 정도로, 선진국 15~20%보다 적은데도,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의 경우 외국에선 주로 대학에서 공부하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때 배웁니다.

[박수빈/고등학교 2학년 : 수학에서 하는 것은 하나를 이야기하면 열을 알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데 그거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도 문제입니다.

전문가와 함께 우리나라와 미국의 초등 교과서 약수 단원을 비교했더니, 우리는 약수의 개념을 알려준 뒤 곧바로 문제 풀이만 반복시키지만, 미국은 개념을 알려준 뒤 게임을 통해 각인시키고,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약수의 의미를 끈질기게 되묻습니다.

12가 24의 약수라는 걸 어떤 식으로 증명하겠느냐며 말로 설명하라 하고, 7이 291의 약수가 아닌데도, 약수인지 아닌지 증명하라며 시행착오를 유도합니다.

한 연구를 보면, 수학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미국은 91%였지만, 우리는 24%에 불과했습니다.

[최수일/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 우리나라 교과서는 굉장히 질이 낮다고 봐야 해요. 교과서에서 다루는 질문과 문제가 아이들의 사고를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과서 개발에 시간을 들여야 돼고요.]

입시 때만 공부하는 반짝 수학, 억지로 공부하는 고문 수학, 외워서 푸는 주입 수학, 이런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선, 범위를 줄이고 사고력 위주로 학습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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