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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막으려다…치료 시기 놓치는 환자들

<앵커>

병원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지정한 지침대로 진료하지 않으면 비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병원들이 과잉진료를 해서 보험급여를 신청하는걸 막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침을 너무 경직되게 적용하다 보니까 오히려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제때 하지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뇌혈관이 막힌 이 뇌졸중 환자는 그동안 '와파린'이라는 약을 처방받아 왔습니다.

[노강진/뇌졸중 환자 : 뇌졸중 앓고 나서 손이 말을 안 들어요. 그리고 다리, 무릎에 힘이 없어서 걸음을 못 걸어요.]

70년 전에 개발된 와파린은 혈관이 막히는 걸 예방해주지만 뇌출혈이라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뇌졸중 예방 효과는 더 좋으면서 뇌출혈 합병증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뇌졸중 신약들이 지난해부터 시판됐습니다.

이 신약 사용을 두고 대한뇌졸중학회와 심평원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한 뇌졸중 환자는 이 대학병원에서 신약을 처방받았는데 심평원은 약값을 주지 않았습니다.

비싼 신약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서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처방하라는 지침을 어겼다는 겁니다.

환자는 와파린으로 약을 바꾼 후 6개월 만에 혈관이 막혀 응급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게다가 뇌출혈 합병증까지 생기는 환자가 잇따르자 대한뇌졸중학회는 의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제의했지만 심평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자성/대한뇌졸중학회 공보이사 : 6개월 써서 와파린이 안 맞는 경우에 한해서면 신약을 쓰게 해준다는 거니까 환자들은 쉽게 얘기하면 6개월 동안 와파린 먹고 테스트를 하는 거예요.]

이런 갈등은 디스크 수술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심평원은 환자의 증세가 심각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작성해 디스크 수술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비용을 삭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가장 객관적인 환자의 증세 대신 CT나 MRI 소견을 기준으로 삭감하다 보니, 병원은 수술 대신 아예 심평원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급여 치료로 바꾸게 됐습니다.

[남기세/정형외과 전문의 : 의학적으로 확실한 치료인 수술이라던지 약물, 물리치료는 자꾸 없어지게 되고, 의학적으로 불확실한, 아직 증거가 부족한 프롤로 치료, 수액 치료, 신경선 치료, 척추관 풍선 확장 수술 등 비급여 치료만 선행하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병원들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심평원의 지침도 바른 진료를 방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김태훈,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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