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산의 대표적 항구인 감천항 방파제 곳곳에 심각한 균열과 바닥이 가라앉는 침하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개월쯤 전에 보강 공사를 했던 곳인데 이상합니다. 그래서 관계 당국에 물었더니 태풍 너구리에 입은 피해라고 답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태풍은 이곳을 한참 비켜 갔습니다.
송성준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260억 원을 들여 강한 파도에 견디도록 보강 공사를 한 감천항 서쪽 방파제입니다.
그런데 지난 11일부터 방파제에 출입을 금하는 표지판이 세워지고 안전요원이 배치됐습니다.
방파제의 균열과 침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파제 위쪽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른 구조물과 분리돼 15cm가량 내려앉았습니다.
방파제 바닥도 16cm가량이나 꺼져 침하가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도를 막는 벽체 상단과 하단 사이는 어른 손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졌고, 여기저기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 있습니다.
균열과 침하가 진행되는 구간은 300m에 이릅니다.
[이모 씨/건축사 : 아주 심각한 수준의 침하로 보이고 구조적으로도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이 정박해 있는 방파제 안쪽도 바닥이 부풀어 오르거나 꺼지고 5cm 이상 틈새가 벌어져 있습니다.
방파제 벽체 곳곳에도 부서지고 균열이 가 속살이 보일 정도입니다.
바닷물의 역류를 막기 위한 대형 콘크리트 덮개는 파도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튀어 올라 자칫 인명 피해를 낼 뻔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보강공사를 마쳤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이처럼 누더기 방파제가 된 겁니다.
부산 해양항만청은 태풍 너구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부산항 건설사업소 관계자 : 지난 5월부터 (시공사에) 하자 지시를 내 보냈습니다. 태풍 너구리가 더 세게 부딪쳐서 침하가 더 과격하게 이뤄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부산 지역에 태풍 피해가 거의 없었던 점으로 미뤄 볼 때 부실시공 의혹이 큽니다.
근처에도 오지 않은 태풍에 이 정도 피해를 입었다면, 태풍이 직접 불어닥칠 경우 선박 안전은 무방비 상태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