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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무슨 죄"…가건물서 수업받는 연평도 학생들

<앵커>

4년 전 북한의 기습포격을 당했던 연평도에서 어린 학생들이 이 찌는 더위 속에 프라이팬 같은 가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제때 안 줘서 공사가 중단된 겁니다. 또 포격을 당해도 안전하게 피할 수 있게 해주겠다던 약속이 벌써 4년 전입니다.

기동취재, 한세현 기자입니다.

<기자>

연평도의 학교 건물 신축공사 현장입니다.

공사 중단을 규탄하는 현수막만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건물을 지탱할 철근은 녹슬었고, 공사 자재는 널브러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공사 자재 담당자 : 합판은 마르면 힘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버려두면 말라서 합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군의 기습 포격 당시 주변에 포탄이 떨어져 피해를 입었던 연평 초등학교를 허물고, 지하 방공호를 갖춘 3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던 곳입니다.

완공되면 연평도의 초중고등학생 150여 명이 함께 공부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시작된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된 상태에서 지난달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공사를 수주한 원청 건설사가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겁니다.

[박성익/하도급 업체 직원 : (원청 건설사가) 공사마감을 7월까지 당겨달라고 해서 인원과 자재, 경비를 계획보다 더 많이 투입했는데, 그 비용을 요구하니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겁니다.]

학생들은 무더위 속에 위험한 슬레이트 간이건물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평 초등학교 학생 : 가만히 있어도 옆 반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요. 방공호 같은 시설도 없어서 엄청 위험해요.]

안타까운 마음에 학부모들이 건설사를 찾아가 따져보지만, 소용없습니다.

[학부모 :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요, 아이들이.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취재가 시작되자, 공사를 발주한 인천시교육청은 뒤늦게 진상파악에 나섰습니다.

[인천시교육청 담당자 : (이 문제를) 무한정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는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공사한 비용을 먼저 정산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포격 이후 불안감 속에 4년을 보낸 학생들은 하루빨리 학교를 완공해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지금은 덥고 시끄럽고 불안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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