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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진 장갑'…소방관 이유있는 1인 시위

<앵커>

사망 29명, 부상 1,626명. 지난 5년 동안 근무 중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관 숫자입니다. 헐어버린 소방 장갑을 그대로 쓰거나, 심지어 본인이 직접 돈을 들여서 사야 하기도 합니다. 소방관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119를 상징하는 119명이 찰 때까지 합니다.

뉴스인 뉴스 박원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2월, 경기도 포천의 화재 현장에서 구급대원 1명이 숨졌습니다.

불을 끌 소방관이 부족해 대신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동료 소방관 : 물탱크차 운전하는 사람, 물 보내주는 사람 (빼면) 진짜 불 끄는 사람은 한 명 있습니다.]

재작년 기준 경기도의 소방인력 충원률은 67%로 필요인원보다 33% 부족합니다.

그나마 경기도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남은 충원률이 56%로 절반을 겨우 넘깁니다.

이러다 보니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달 장성 요양원 화재 때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관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전남 소방본부 직원 : 인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당일에 근무하는 사람이 5명 있었는데, 진압대원은 3명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소방관이 국가 공무원이 아닌 광역지자체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의 재정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화재 진압 장비가 해어져도 자비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현직 소방관 : 해어져서 못 쓰게 되고, 못 끼게 되면 본인이 사는 수밖에 없어요. 예산 문제 때문에 그렇죠.]

방화복 등 필수적인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긴 마찬가집니다.

국가 지원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올해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그나마 지난해보다 줄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소방관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국가직으로 신분 전환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돌입한 겁니다.

[임찬호/현직 소방관 :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다 똑같이 소방 서비스를 똑같은 조건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에 맡긴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방방재청을 새로 생길 국가안전처로 흡수한다는 정부의 발표도 소방관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고진영/현직 소방관 : 정부가 우리를 홀대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박재성/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이 아니고 지방직이면 분절화된 지휘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방은 반드시 국가직으로 가야 하는 게 맞습니다.]

안전행정부는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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