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민혁명에 이은 군사 쿠데타로 혼돈을 거듭해 온 이집트에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쿠데타 주역이 사실상 권좌를 예약했습니다.
카이로에서 윤창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카이로 시내 골목마다 한 대선 후보의 사진과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초콜릿과 여성들의 속옷에까지 얼굴 사진이 인쇄돼 날개 돋힌 듯이 팔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지난 해 이슬람 정권을 전복시킨 압델 파타 엘 시시 후보입니다.
엘 시시는 지난 주 치러진 재외국민투표에서 무려 95%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오랜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염원한 결과입니다.
[마흐무드/카이로 시민 : 엘 시시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나라가 엉망이라 엘 시시가 나서서 나라를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엘 시시는 지난해 무르시 정권을 쿠데타로 축출한 뒤, 1천 명이 넘는 시위대를 학살하고 언론인과 반대세력을 무차별 검거하는 등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내 왔습니다.
[엘 시시/이집트 대통령 후보 : 무분별한 시위는 법으로 철저하게 규제돼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 속에 엘 시시는 군부 독재자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부유세 부과 등 개혁적인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시민혁명 3년 만에 군부통치 회귀는 현실이 됐고, 엘 시시 정권의 성패는 극심한 혼란 속에 파탄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영상편집 : 염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