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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 뭔지 몰라요"…주택 화재 무방비

<앵커>

하루 중에 불이 가장 자주 나는 때는 자정 이후입니다. 대부분 잠든 시간이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주택에 의무적으로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이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채희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3일 새벽 한 시쯤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났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잠든 시간이라 불이 외벽을 타고 올라 건물 한 면을 모두 태울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옥탑방에 살던 20대 여성이 뒤늦게 화재를 알아차리고 주민에게 알리면서 화를 면했습니다.

[화재 발생 빌라 주민 : 깊이 잠들어서 냄새도 못 맡고 소리도 못 들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소리소리 지르니까 그때야 (잠이) 깨서 대피했어요.]

최근 3년 동안 전체 화재 사망자의 54%가 일반주택 화재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2012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와 달리 일반주택은 소방시설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다 보니 소방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실합니다.

전문가들은 화재경보기만 설치해도 인명피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재성/숭실 사이버대 소방학과 교수 : 연기나 열등을 통해서 화재를 발견하게 되면 벌써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은 늦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독형 화재경보기를 통해서 화재 초기에 빨리 화재를 인지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건축법을 개정해 2017년까지 모든 주택의 각 방과 거실에 개인이 직접 화재경보기를 사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소방대원과 함께 점검해봤습니다.

화재경보기가 뭔지, 왜 설치해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박효순/서울 송파구 : 우리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달아야 한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어요.]

화재경보기는 인터넷을 통해 1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고, 천장에 장착한 이후 정기적으로 건전지만 바꿔주면 되는데도 사람들이 몰라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 주택의 90% 이상이 화재경보기를 단 미국은 1977년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로 한 이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그 중요성을 알렸고, 그 결과 주택 사망자를 40%나 줄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하 륭,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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