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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사이 밧줄로 '꽁꽁'…출입 통제, 왜?

<앵커>

인접한 두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리를 보시는 것 처럼 밧줄로 묶어 막아서 지나다니지 못하게 했습니다. 동네에 들어선 혁신 초등학교를 놓고 두 아파트 학부모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겁니다. 서로 손잡는 교육이 아니라 등돌리는 교육을 시키는 셈입니다.

류 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1단지와 2단지를 잇는 구름다리입니다.

1단지가 다리의 출입구를 막아버린 건 지난해 8월, 2단지가 입주를 시작할 즈음입니다.

2단지 주민은 1단지로 넘어오지 말라는 겁니다.

당장, 아이들 등하굣길이 문제가 됐습니다.

[2단지 아파트 거주 초등학생 : (구름다리로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교통사고 날까 봐 조금 겁먹으면서 건널목에서 손들고 이렇게 하고 가요.]

결국, 2단지 아이들은 1단지 내를 가로질러 가면 가까울 등하굣길을 바깥쪽으로 빙 돌아 나가 차도를 건너거나 산길을 걸어야 합니다.

[1단지 아파트 관리직원 : 애들 다 이쪽으로 다녀요.(산길은 좀 멀지 않나요?) 아니요. 이쪽에서 바로 연결이 돼요. 저쪽으로 나가면 학교 입구하고 바로 연결이 돼요.]

얼마 전만 해도 구름다리는 막아놨어도 1단지로 통하는 다른 출입구는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최근에 외부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마다 카드 보안 장치를 설치해 주민만 오갈 수 있게 해놨습니다.

[여기가 그래도 애들이 차도를 안 건너도 되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던데.]

[1단지 아파트 경비원 : 그렇죠. 근데 그건 2단지 주민의 입장인 거고. 불편한 건 1단지 주민도 마찬가지죠. (2단지 애들이) 2단지 놀이터에서는 안 놀아요. 1단지에서 놀다 가지.]

2단지 주민들은 1단지가 이렇게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동네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최소화해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로 이름난 혁신 학교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이 아파트로 전입하는 가정이 늘면서 개교 직후부터 학급당 학생 수가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는데, 지난해 2단지까지 입주를 시작하면서 학생 수가 더 늘었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교사 : 첫해는 25명에서 26~7명? 지금은 37,38,39명. 학생수 예측을 너무 잘못한 거죠. 그래서 엄마들이 더 난리인 거예요.]

두 단지 학부모 간 신경전이 시작된 이유입니다.

1단지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이 혁신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세운 학교인데 2단지 주민들이 무임승차 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2단지 학부모들은 자신들도 같이 기부 체납해 지은 학교인데, 1단지 주민들이 길을 막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입장입니다.

자녀를 좋은 학교 보내겠다는 부모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어린 동심이 멍들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박정삼,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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