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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못 틀어요"…추위 떠는 에너지 빈곤층

에너지 복지 집중기획 ①

<앵커>

이 추위에 난로 하나 제대로 때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적지 않습니다. 난방과 취사에 쓰는 비용이 가구 소득의 10%가 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200만 가구에 육박합니다. 에너지 복지 집중기획, 오늘(9일)은 에너지 빈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곽상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22일/화면제공 : CJB, 일가족 연탄가스 중독사고 1명 사망 : 일가족 4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김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김씨의 부인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가장을 잃은 유족을 찾아갔습니다.

유족들은 고물상 일을 하던 가장의 수입으로는 등유 보일러 기름 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망자 부인 (필리핀 이주여성) : (보일러를 사용하면) 석유가 빨리빨리 없어졌어요. 그래서 조금씩 2만 원이나 3만 원어치씩 넣고, 또 넣었어요. 생활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돈이 덜 드는 연탄 난로를 들여놨는데 가장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컨테이너로 만든 집에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딸, 중학생 손자와 함께 사는 박영선 할머니네도 등유 보일러를 씁니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금 월 70만 원으로 생활하는 형편이라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트는 건 하루 한두 시간에 불과합니다.

[박영선/기초생활수급자 : (보일러는) 만날 꺼놓고 사는 거지. 틀지 못하고. 우리 손주도 들어오면 만날 '할머니 추워 추워 추워' 그러는데도, 그래도 살기 힘든 걸 어떡하냐고 … ]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은 모두 200만 가구에 육박합니다.

소득 양극화로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에너지 빈곤층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소득층 넷 중 한 가구가 값이 더 비싼 등유를 난방에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박광수/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소득 가구일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는 가구가 많고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해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폭염이나 혹한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에너지 빈곤층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매달 일정액을 주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광열비 지원을 계절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단열 등이 제대로 안 되는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형태를 반영해 지원금액을 현실화하고, 실제 에너지 빈곤층이면서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어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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