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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 뭐길래…'21일' 한겨울에 이사대란

<앵커>

날씨도 추운데 난데없는 이사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일(21일)이 주말인데다가 이른바 손 없는 날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 손 없는 날이란 건 음력으로 끝자리가 9나 0인 날을 말합니다. 해를 끼칠 귀신이 없어서 이사하기 좋은 날이라는 겁니다. 귀신까지는 몰라도 과연 근거는 좀 있는 걸까요?

생생 리포트, 김도균 기자입니다.



<기자>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칼바람까지 부는데 이사가 한창입니다.

3월과 2월에 이어 이사를 많이 하는 12월이기 때문입니다.

[12월에 이사 많이 하시는 이유가 뭐라고 하나요?]

[김기보/이사업체 팀장 : 요즘 주로 12월에 학원 등록도 해야 하고 그 전에 아마 안정을 찾아야만 애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다고.]

12월 가운데서도, '최고 성수기'는 21일입니다.

음력 19일, '손 없는 날' 그러니까 나쁜 기운이 없는 날에 주말까지 겹친 날입니다.

[21일은 전 지점 마감이에요.]

[저희가 지점 스케줄 마감이고요.]

최소 두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손 없는 날 이사는 꿈도 못 꿉니다.

[28일이요? 고객님. 2월 28일(손 없는 날)은 이사 가능한데요.]

손 없는 날을 잡기 위한 대가는 두 달 전 예약과 비싼 비용입니다.

[사실 돈도 더 내야하고, 날짜 잡기도 힘들고, 그거 안 지키면 안되나요?]

[남순길/내일 이사 예정자 : 가족들도 무탈하고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지킬 거 같아요.]

묘를 옮기는 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년에 윤달인 내년 10월은 이장하는데 최고의 날로 꼽힙니다.

벌써 문의가 쏟아집니다.

[남상덕/장묘업체 고객센터장 : 화장장 예약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윤달에는 한 1분 안에 예약이 끝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밤을 새서 잠을 못 자고 기다렸다가 허탕 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손 없는 날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역술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전우주/역술인 : 사주 음양오행법과는 아주 배치되거든요. 어쩔 때는 맞을 수도 있지만 안 맞는 게 대부분이에요.]

한마디로 근거 없다는 얘깁니다.

손 없는 날은 인도의 밀교, 중국의 도교에서 시작돼 불교를 통해 조선에 유입됐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안정을 희구하는 민심을 타고 급속히 퍼졌다고 합니다.

원래는 손 없는 날  정하는 원리가 매우 복잡했지만 점점 편한 대로 바뀌면서 음력으로 9나 0으로 끝나는 날로 단순화됐습니다.

[김일권/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 손 없는 날 이 원리도 조선 시대에 훨씬 복잡하고 규제가 훨씬 강하죠. 지금은 너무 단순화 돼 가지고 지금은 말 그대로 기계적입니다.]

알고 보면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한데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것은 손 없는 날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 때문입니다.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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