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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왁자지껄' 교실이 달라지고 있다

[SBS 스페셜] 학교의 도전-포기할 아이는 없다 ②

용인중학교 영어담당인 박성훈 선생님은 두 손 가득 색연필 더미를 들고 교실로 향한다. 오늘은 영어 교과서 속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보기로 한 것. 영어에 관심 있는 아이도 관심이 없는 아이도 모두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영어대사를 만들라는 주문에도 아이들은 미술 시간인 양 만화 그리는 데만 초 집중이다. 정신없이 끝나버린 수업. 영어를 가르친 건지, 미술을 가르친 건지. 박성훈 선생님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요즘 용인중 선생님들은 날마다 회의다. 9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모둠 수업 때문. 알아듣는 아이들만 끌고 가는 주입식 수업 대신, 아이들 스스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움 중심의 창의 지성교육을 도입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 주입식 교육만을 받아온 선생님들은 토론하라고 해놓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민망해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교과과정 내에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매일 교재연구에 학습지를 만드느라 퇴근 시간은 잊은 지 오래다.

2학년 4반 반장인 영현이는 요즘 수업이 더 피곤해 졌다. 조별로 모둠수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산만한 민재 다독이랴 제 수업 집중하랴 차라리 짝꿍만 신경 쓰면 그만이었던 주입식 수업이 훨씬 편했던 것만 같다. 하지만 같은 반 민재는 좀 생각이 다르다. 넋 놓기 일쑤였던 수업시간에 영현이가 챙겨주는 것이 처음엔 닭살 돋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으면서 수업이 서서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민재에게도 영현이에게도 분명 교실은 달라지고 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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