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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감염성 혈액을 택배로 배달…주먹구구 관리

<앵커>

병원에서 환자가 에이즈나 일본 뇌염 같은 법정 감염병이 의심되면 판정을 위해 환자 혈액을 질병관리본부에 보냅니다. 위험한 피일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피가 택배로 운송되는가 하면, 중간에 새기까지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현종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진단 검사실입니다.

법정 감염병 확진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에 보낼 환자의 혈액검체가 여기에 모입니다.

그런데 이를 옮기는 일은 병원이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 직원이 맡고 있습니다.

[병원 협력업체 담당직원 : 오늘 Q-fever(열병)이 한 건이 있어요. (이게 질병관리본부로 들어간다는 거죠?) 네, 병원에서 혈액 샘플이 모이면 (협력업체) 본사에서 (질병관리본부로) 보내거든요.]

외부 협력업체의 혈액검체 관리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감염성 혈액검체가 있는 곳인데 관리자 한 명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뒤 배송업체 운전기사가 들어와 서류와 혈액검체를 확인합니다.

[배송업체 운전기사 : 지금 (병원 협력업체 직원이) 아무도 안 내려 오잖아요. 장부도 자기들이 쓰고 (박스도) 싸고 다 해야 되는데 (내가)이러고 있다니까요. 어제 그제도 다 그런 식…]

심지어 감염성 검체가 일반 택배로 배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도착한 여러 택배 화물 속에 병원 혈액센터에서 보낸 검체가 있습니다.

[택배기사 : (선생님 실례지만 이게 뭔지 아세요?) 저희들은 알 수가 없어요. (이게 일반 화물들과 같이 들어온 거죠?) 그렇죠.]

포장을 열어 보니 에이즈 의심 환자의 혈액검체입니다.

[질병관리본부 검체 접수 담당자 : (에이즈 바이러스라고요? 이게?) 에이즈 종양 바이러스 검사 건이거든요? (에이즈 바이러스인데 택배로 들어와도 되는 거에요?) 이게… 확진 검사가 아니라서요.]

이런 일반택배 운송건수가 한 달에 20건이 넘습니다.

[(택배로 오다가 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네… 아주 가끔.] 

법정감염병 검사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운송비 등의 비용처리가 곤란합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들은 돈도 안 되고 귀찮기만 한 혈액검체 운송을 을의 입장인 협력업체에 떠넘긴 겁니다.

[병원 협력업체 관계자 : (너희가) 수고를 좀 해줘라 하는 게 옛날부터 관행처럼 내려와서… 서비스를 해주는 거죠, 서비스를… 병원에서 직접 가야죠. 원칙대로 하자면…]

또, 협력업체들은 운송비를 아끼려고 검체를 며칠씩 모아서 운송합니다.

이 때문에 검체가 질병관리본부에 도착하는 데만 최소 4~5일에서 일주일씩이나 걸리고, 운송 도중 파손이나 분실 우려도 커집니다.

감염병의 특성상 빨리 진행돼야 할 확진 판정 또한 그만큼 늦어지는 겁니다.

법정 감염병의 혈액검체 운송은 연간 1만여 건에 이릅니다.

UN은 고위험 혈액검체 운송의 경우 반드시 3중 포장용기에 넣어 생물학적 유해물질 표시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UN 수준의 규정을 따르는 한편, 질병관리본부나 대형병원들이 혈액검체의 운송책임을 지도록 하는 관리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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