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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송장에 적힌 암호…기막힌 신종 밀수

<앵커>

가짜 유명상표를 단 가방이나 옷을 개인 택배로 가장해서 반입하는 신종 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개인이 한두 개쯤 들여 논걸 묵인하는 틈을 노린겁니다.

최우철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김포국제공항 세관 창고입니다.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 있는데 해외 가짜 유명상표를 단 가방과 옷입니다.

밀수품이 분명한데, 대부분 개인이 주문한 택배 상품입니다.

운송장에 적힌 국내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최근에 혹시 프라다 가방 주문하신 적 있으세요?) 프라다 가방이 뭐예요? (서대문구 현저동 00아파트 아닙니까?) 아닌데요. 여기 필리핀이에요.]  

택배를 보낸 업체 주소 역시 가짜입니다.

[이 전화번호는 사용하지 않는 번호입니다.]

중국에 유출된 개인정보로 만든 유령 택배인 겁니다.

[정용문/김포세관 조사심사과 : 중국에서 물건을 보내준 공급책이 그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서 사용하는 것이죠.]

세관은 엑스레이 판독으로 이른바 짝퉁 의심 제품을 식별해 낼 수 있지만 대부분 배송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개인이 한두 개쯤 반입하는 물량은 지적재산권 침해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행 관세법상 짝퉁은 한두 개쯤 국내로 반입을해도, 판매가 아닌 개인이 쓰는 목적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지 않는데, 이런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택배로 통관 절차를 뚫은 뒤엔, 기발한 수법으로 밀수품들을 회수합니다.

가짜 운송장에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밀수 업자는 택배업자와 짜고 운송장에 자신만의 암호를 적어 놓습니다.

택배업자가 약속된 암호에 따라 분류해 묶음 배송해 주는 겁니다. 

[한재현/김포세관 통관지원과 : 통관 단계에선 (밀수품) 묶음(배송)이라고 의심은 가지만 과연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예 통관을 안 시켜서 묶어버리기도 하죠.]

김포세관은 이런 수법으로 1억 원대 가짜 고가품 밀수를 돕던 택배업체 지점장을 처음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인영/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의원 : 택배업체까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물류전반의 흐름에 걸쳐서 허술한 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최근 5년간 밀수로 의심되는 해외 택배 주문액은 40억 원.

급증하는 해외 전자상거래 규모에 맞게 정밀한 통관 절차 점검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임우식,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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