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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면허시험장에서 불법 운전 교습 '황당'

<앵커>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되면서 불법운전교습 같은 범법행위가 크게 늘었습니다. 시험장 안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 단속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화물차 한 대가 앞으로 갔다가 멈추고, 뒤로 뺐다가 다시 전진하기를 여러 차례.

운전자 실력이 서툴러 보입니다.

30분 뒤, 운전석에서 내린 여성이 남성이 가리키는 곳으로 급히 뛰어갑니다.

여성이 들어간 곳은 운전면허 기능시험장.

기능시험은 도로주행시험을 보기 전에 통과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기능시험을 진행하는 방법이 여성이 화물차를 운전했던 동작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시험을 보기 전에 운전 교습을 해줬던 겁니다.

[전조등을 켜서 상향 하향 조정 후 끄십시오.]

물론 등록도 하지 않은 불법 교습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 교습이 이뤄지는 곳은 다름 아닌 국가 면허시험장 안.

주차장 안에 이런 불법 교습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닙니다.

장시간 주차해 있다 여성을 태우고 출발하는 승용차.

헐레벌떡 달려온 남성을 태우고 도로로 나서는 또 다른 화물차.

조수석에 탄 남성이 운전대를 같이 잡아주며 방향을 가르쳐주고, 운전석에 탔던 사람은 조수석 남성에게 돈을 건넵니다.

서울의 또 다른 국가면허시험장.

시험장 안에는 운전교습을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호객꾼들이 넘칩니다.

불법 교습 차량을 아예 본관 건물 앞에 떡하니 세워놓기도 합니다.

어떻게 국가시험장 안에서 불법 교습이 버젓이 진행되는 걸까?

[박철우/운전전문학원 서울협회 사무국장 : 직진 50미터를 서서히 진행하면 합격하는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시설이 필요없으므로 인해서 이처럼 불법교육이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불법 교습자들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법 교습자 : (시험장 안에서도 교육을 해줘요?) 진짜 쉬워요. '쭉 직진만 해서 돌발 상황만 잘하면돼요.]

과거 기능시험에선 S자나, T자 등 별도로 연습해야 할 공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앞으로만 잘 가면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시험장 안마당에서 운전 연습을 시켜주고, 바로 시험을 보게 하는 불법 교습자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시험장에 불법교습을 신고해 봤습니다.

[신고 좀 하려고 하는데요. (시험장 안) 주차장에서 계속 교습을 하고 있는데 좀 잘못된 것 같아서]

[서울 강서면허시험장 관계자 :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나와보지도 않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자기들은 단속권이 없다며 경찰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 : 경찰서에서는 단속을 할 수 있지만 공단에서는 단속권이 없어요. 쫓아내는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대부분 무보험에다, 안전장치도 미흡한 불법 교습차량이, 다른 곳도 아닌 국가시험장 안에서 마치 자기네 앞마당 마냥 불법 교습해도 나 몰라라 하는 실태,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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