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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려 나무까지 훼손…국립공원 '비박'에 신음

<앵커>

여름 휴가철에 캠핑족이 급증하면서 지리산을 비롯한 국립공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산 속에서의 불법 야영 이른바 '비박' 때문입니다.

최우철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해발 1천 703미터 지리산 촛대봉.

구상나무 군락 너머 노고단까지, 탁 트인 절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탐방로 반대편은 동식물 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된 지역.

단속반을 따라 내려가 봤습니다.

돌무더기를 지나, 우거진 수목에 다다르자 오솔길이 나옵니다.

입산이 통제된 곳이지만, 이렇게 길이 나 있고 등산객들이 곳곳에 나무와 수풀을 훼손해 놓았습니다.

불법 비박터입니다.

몰래 들어와 매트리스를 펴고, 한뎃잠을 잔 뒤 떠나는 겁니다.

잠을 자려고 나무 밑동을 베어 버렸고, 굳어버린 땅엔 풀이 자라지 않습니다.

[이명희/국립공원관리공단 특별단속팀 : 사람들 배설물 때문에, 야생동물들이 점점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자신들 구역에서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취사를 위해 물을 쓰다 보니, 개울 주변 평평한 곳을 주로 노립니다.

1인용 터에서 3~4인용까지, 지리산에만 수백 곳이 불법 비박에 훼손된 걸로 국립공원 사무소는 추정합니다.

한여름에도 해가 저물면 17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는 지리산.

[양경열/국립공원관리공단 특별단속팀 : (여름에도) 심할 땐 영하로 떨어지거든요. 야생동물이 오감이 예민하기 때문에 빨리 찾거든요. 소리도 들리고 음식 냄새, 자기들이 좋아 하는 달콤한 냄새… 굶주려 있으면 당연히 들어오죠.]

비박은 독일어에서 유래한 말로, 산행 중 불가피한 야영을 뜻하는 등산 용어입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경우 8개 대피소에서 미리 예약한 740여 명만 하루 숙박을 허용합니다.

나머지 국립공원 안에선 야영은 물론 비박이 법으로 금지됐는데, 아예 비박을 하기 위해 입산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불법 비박 등산객 : 한 번만 봐주세요. 처음인데.]

[(주변에 비박용) 장비 자랑하러 많이 오십니다. 영하 30도로 떨어져도 추위를 못 느낄 정도로 요즘은 장비와 기술이 발달해서….]

국립 공원 내 비박은 환경 훼손과 위험 때문에 금지된 불법 행위.

입산 시간과 정해진 탐방로를 지키는 성숙한 등산 문화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우기정, 영상제공 :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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