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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들고 의원은 명의만…'청부입법', 왜?

<앵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만드는게 아니라, 정부가 만든 법안에 이름만 빌려주는, 이른바 청부입법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입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건 물론이고, 의원들은 자기이름으로 발의된 법안의 내용도 잘 모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집니다. 그런데도 이런 청부입법이 계속되는 이유가 뭘까요?

남승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월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45명 명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름만 빌려줬을 뿐, 인수위가 만든 법안이 그대로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려면 관계기관 협의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까지 무려 15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의원 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곧바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인수위원회가 설정한 68개의 입법 추진 목표 법안 가운데 4분의 3인 51개가 의원 입법 형태였습니다.

정부입장에선 입법을 빨리 끝낼 수 있고, 의원입장에선 손쉽게 입법 실적을 쌓을 수 있습니다.

여당의원이 정부를 대신해 발의하는 이른바 '청부 입법'이 성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 : 중점적으로 처리할 법안들 리스트가 딱 나오고요. (정부에서) 먼저 사전 설명을 합니다. 각 의원실에서도 '나는 이런 법안이 관심있다' 그런 식으로 분배가 되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만든 법안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의원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깁니다.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 : 실제로 본인이 낸 법안에 대해서 내용을 잘 모르고, 극히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본회의장에서 본인이 낸 법안에 대해서 반대하고 이런 경우도….]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부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특히나 이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상당히 어긋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고 처리하는 형식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단순하게 대행하는 '청부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의원입법도 여론 수렴과 전문가 검토같은 최소한의 준비과정을 거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임우식, 영상편집 : 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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