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화물차 대형 사고가 자꾸 나니까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올해 말까지 디지털 운행기록계 달도록 한 건데, 무슨 일인지 이게 터널 안에만 들어가면 무용지물입니다.
엄민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출장 업체에 연락해 디지털 운행기록계 설치를 의뢰했습니다.
2011년 이후 출시된 화물차는 장착돼 나오지만, 그 이전 출시된 차는 올 연말까지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운행기록계 설치업체 직원 : 내년 1월 1일부터는 벌금 100만 원이에요. 이걸 안 달면. 의무화니까.]
30분 만에 장착을 끝내고 23만 원을 받은 업체 직원.
[검사 받아보면 (운행정보가) 전산에 떠요. (설명을 좀…) 설명은 할 것도 없어요.]
이 화물차를 끌고 달려봤습니다.
운행기록계에 속도와 RPM 등 운행정보가 모니터에 뜨고 저장됩니다.
그런데 터널로 들어갔더니 갑자기 속도 표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간이 나타납니다.
정상적으로 설치된 운행 기록계는 터널 속에서도 운행 정보가 뜨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화물차 운전자 : 나도 서울에서 달았는데, 몰랐는데 보니까 엊그제 터널 지나다 보니까 (운행기록계가) 죽더라고….]
왜 그럴까? 기계에 문제가 없는지 뜯어봤습니다.
[차량 정비업체 직원 : (설치할 때) 차량 속도 출력 선을 찾아서 묶어야 하는데, 연결을 안 하고 죽여놓은 거죠.]
현행 법령상 운행기록계는 차량 안에 있는 속도계와 연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업체가 GPS만 연결하고 속도계엔 연결하지 않고 있어 터널로 들어가면 운행정보를 기록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운행기록계 설치업체 직원 : 그런 건 별도로 속도 센서를 달아야 해요. 그럼 비용이 더 들어가요. 화물차 차주 분들이 그 돈을 내려고 하지 않아요.]
[배중철/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교수 : 기준이 잘못돼서 장착되는 이런 사항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기적으로 제작사들을 소집해서 전달도 하고, 개선하도록 조치하고 그럴 계획입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지침엔 운행기록계를 속도계와 연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어길 경우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실효성 없는 법의 전형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