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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억 원 들인 산촌 생태마을, 잡초만 무성

<앵커>

지난 1997년 산림청이 산촌마을을 특성화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면서 산촌 생태마을 조성사업을 벌였습니다. 3천600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잘 되고 있을까요?

엄민재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하번천 마을.

지난 2007년 산림청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며 '산촌생태마을'로 지정한 곳입니다.

마을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

삼림욕장과 원두막, 음수대 등이 표시돼 있는데 가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

[하번천 마을 주민 : (관광객들이 처음보다 많이 안 온다고 들었어요.) 예, 많이 안 와요. 많이 안 오지 뭐.]

당시 주민이 마을사업으로 조성했던 블루베리 재배단지, 지금은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안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더 황당한 사실은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조차 지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을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에다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하번천 마을 주민 : 상수원 보호구역이고 그린벨트에 다 묶여 있어서 건물을 못 지어요. 어차피. 남아 있는 게 비닐하우스하고 등산로인데, (그곳도) 일부러 등산하러 찾을 산은 아니거든요.]

이런 마을에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10억 원이나 쏟아 붇고는 관리조차 안 한 겁니다.

10년 전에 생태마을로 지정된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 마을.

당시에 만든 농산물 판매장과 저온창고는 낡디낡아 개인 소유로 넘어가 있는 상태.

18억 원이나 들인 사업이지만, 흔적조차 없습니다.

[소리산 마을 주민 : 여기 동네 주민은 혜택을 보는 게 없어요. 지금 상황에선. (생태마을로 지정은 돼 있을 텐데요?) 글쎄 저희도…]

산림청 자체 조사 결과,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10곳 중 1곳뿐이었습니다.

[김용근/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주인도 없는것이고 책임질 사람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수익이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분배할 방법도 없는 것이고…]

전국 270개 산골 마을에 3천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생태마을 사업.

사전 조사나 준비 없이 일단 만들고 보잔 식의 사업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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