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번에 숭례문을 복구하면서 일제가 헐어냈던 양쪽 성곽도 일부 살려냈죠, 잘 보셨죠.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한양도성 성곽이 그런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권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정문 숭례문에서 서소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자리, 지금은 대부분 도로나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에 남아 있는 성곽 한 자락, 근처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1시간 정도 카메라를 켠 채 살펴봤는데, 단 한 순간도 끊기지 않고 흡연 행렬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담뱃불을 끄려고 성곽 돌에 문지르고, 심지어는 담배꽁초를 슬그머니 돌 틈 사이에 끼워놓기도 합니다.
인접 건물 측에서 금연 안내문도 붙여놨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왜 다들 담배를 피우세요?) 흡연 공간이 없으니까. 딱히 여기서 피우세요 하는 데가 없어요.]
한양도성은 조선 초기 수도 한양을 지키기 위해 북악산과 낙산, 남산과 인왕산을 둘러 쌓은 18km 남짓한 돌 성곽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지금은 3분의 2 정도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도심 쪽에 남은 성곽은 대부분 사유지.
그러다 보니 문화재로 지정이 안 돼 있고 건물의 축대나 담벼락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 사적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이렇게 멸실된 부분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작년에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겠다며 야심 찬 복원 계획을 밝혔지만, 허술한 관리 속에 반쪽짜리 복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