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우리 애 더 자라고…" 새벽에 줄 서는 '도서관 맘'

<앵커>

중·고등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 되면서 학부모들까지 도서관 자리 잡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내 아이 한 잠 더 재우고 싶은 부모 사랑이라지만 일찍 일어난 남의 집 아이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안현모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시립도서관입니다.

일요일 새벽인데도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자리를 맡으려고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는 겁니다.

그런데 학생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어른들.

[좀 더 자게 하는 거죠.]

자녀를 대신해 좌석표만 뽑으러 온 학부모들입니다.

입장 시작과 동시에 모든 자리가 동났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록 꽉 차 있어야 할 열람실 곳곳이 비어 있습니다.

엄마가 자리는 잡아놨는데 아이는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기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합니다.

[도서관 이용 학생 : 일찍 왔는데도 그분(엄마)들이 먼저 와서 자리를 맡아 놓고 계시니까 제가 나중에 왔을 때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저는 밖에서 공부해야 하니까 그게 좀 화날 때가 있어요.]

다른 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도서관의 경우 한 번 배정받은 자리는 4시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미리 와서 자리를 대신 맡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평일에도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엄마들이 자리를 잡아 놨다가 네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들러서 연장까지 합니다.

[학부모 : 시험기간 때는 어쩔 수가 없어. 다른 엄마도 다 그래. 아침에 가서 표 끊어놓고.]

늦게 도착한 학생은 복도에서 기다립니다.

[정광명/도서관 관계자 : 그런 분들이 하루에 50분 정도 계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자리는 50석 정도 공석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다른 50분이 자리에 못 앉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항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벽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도서관 맘'의 자식 사랑.

내 자식 챙기려다 다른 아이의 학습 권리를 침해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김호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