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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돈 가뭄 문제…비올 때 우산 뺏기

<앵커>

시중은행에 현금을 공급하는 한국은행 현금 수송장입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피처럼 돈도 골고루, 구석구석 퍼져나가야 우리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겠죠. 하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지난 3년동안 시중은행에 기업대출이 87조 원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대출은 18조 원 느는 데 그쳤습니다.

착한 성장 대한민국, 오늘(3일)은 중소기업의 돈 가뭄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하대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통영 앞바다 죽도.

여기엔 재기 중소기업 개발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실패한 이들의 재기를 돕는 곳입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은행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한때 유명했던 한 김치제조업체의 전 대표 정찬민 씨.

3년 전 배추 파동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0년 9월 28일 SBS 8뉴스 : 1만 원을 훌쩍 넘어서서 사상 최고치입니다.]

포기당 1만 5천 원에 배추를 들여와 만든 김치를 7천 원에 납품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은행은 만기가 지난 대출금에 10% 넘는 연체이자를 물리더니 결국 공장을 경매에 넘겼습니다.

[정찬민/전 김치제조업체 대표 : (은행은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지 아닌지는 판단을 안 합니다. 그냥 이자 못 갚고, 원금상환 못하면 '그냥 그걸로 끝이다…'.]

한번 사업에 실패했다 스마트 교통시설을 개발해 다시 도전하고 있는 성주용 씨.

지자체에 납품 가능성이 열려 대출을 알아보다 벽에 부딪혔습니다.

[성주용/스마트교통시설 제조업체 대표 : 빚을 갚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록들이 족쇄로 남아있어서 (대출을 거절당했습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죠.]

기업 상황이 좋은 맑은 날엔 우산을 빌려주고 정작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는 은행.

그래서 한번 비를 맞으면 다시는 우산을 빌릴 수 없는 중소기업.

담보와 보증에만 의존하며 위험을 회피하는 금융권의 후진적 관행을 고쳐야 합니다.

기업의 잠재력을 파악해 우량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금융의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조호정/현대경제연구원 :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보다 장기적인 평가시스템과 노하우를 가지고 기업을 평가하는데요. 이에 따라서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위기라든지, 실패 시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해서 지원대상 선정과 평가에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설민환,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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