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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산모 부검해보니…못 믿을 진료기록

<앵커>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던 산모가 숨졌는데 진료 기록 어디를 봐도 마취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마취약인 프로포폴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이 병원은 진료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유족은 마취도 마취이지만, 병원 측이 밝힌 사망원인 자체를 못 믿겠다는 입장입니다.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진료 기록의 문제점을 조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만삭의 여성이 수술실로 걸어 들어갑니다.

잠시 뒤 간호사들이 뛰어다니며 황급히 전화를 겁니다.

1시간 반쯤 지나 부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남편은 울음을 터트립니다.

사인은 양수색전증.

유족은 의료사고라고 주장합니다.

[현기정/유가족 : 병원 측은 아무 약도 안 썼다고 해놓고 무마취로, 아무 것도. 저희는 맨 처음에 그게 쟁점이었거든요. 왜 (마취 사실을) 숨겼는지 저희는 그게 너무 의심스러운 거죠.]

진실을 가릴 기초 자료인 진료기록엔 마취 없이 제왕절개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 마취약인 프로포폴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병원 측이 마취 사실을 진료기록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종명/가정의학과 전문의 : 그런 알리바이성 내용들이 (진료 기록에) 너무 많다라는 거, 병원 측에 유리하게 조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나 싶고요.]

병원 측은 진료기록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1년 넘게 버텨오다 최근 혐의가 인정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진료 기록을 뒤늦게 첨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병원의 진료기록.

의료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뒤에 추가 작성된 진료기록과 사고 당시 진료기록이 확연히 다릅니다.

사고 당시 기록엔 없었던 구체적인 투약 수치와 뇌사에 빠지기 전 환자 상태가 현재 기록엔 꼼꼼히 적혀 있습니다.

가족이 소송을 제기하자 병원 측이 1년 뒤에 슬그머니 추가로 채워넣은 겁니다.

[이창재/의료 전문 로펌 사무국장 : 1년 전의 의무 상황을 1년 뒤의 기억에 의존해서 추가로 기재한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병원이 진료기록을 독점하는 폐쇄적인 상황에서 환자가 병원의 과실을 입증하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백종석/변호사 : 의무 기록의 작성과 그 관리 과정 전부가 병원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의무 기록의 조작 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대부분 병·의원이 전산화 시스템을 갖추고도 손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하는 관행이 문제입니다.

부실과 조작 논란을 자초하는 겁니다.

불신과 분쟁의 고리를 끊으려면 현재 병원 자율에 맡겨 놓은 진료기록 전산화를 의무화시켜 모든 기록이 남도록 의료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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