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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의 아픔' 제주, 스크린에 들어오다

[문화로]

<앵커>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이곳에는 '4.3 사건'이라는 비극의 현대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 아픔을 덤덤하고 생생하게 그린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됩니다.

류란 기자입니다.



<기자>

몸을 한껏 낮춰야 들어갈 수 있는 5평 남짓한 동굴, 4.3 사건 당시 토벌대를 피해 주민 수십 명이 50일 넘게 버티다 숨진 곳입니다.

역사 교과서 반쪽 분량에 간략히 기술된 4.3 사건.

사망자가 3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할 뿐, 가족 전체가 몰살당한 집이 많아 정확한 수를 알 수 없습니다.

[홍성수/4.3 사건 유족 : 말로 표현한다는 거는 글쎄요. 죽은 사람이 뭘 어떻게 합니까.]

영화 '지슬'은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의 제사를 올리는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몇십일 째 감자 몇 알에 생을 부지하면서도 별 탈 없이 돌아갈 것이라 믿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이 비극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내일 모레 나갈 건데, 금방 끝날 거야. (그나저나 돼지 밥 줘야 하는데.)]

[문석범/'지슬' 주연 배우 : 동굴 안에 울림이 있거든요. 듣다 보면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되살아나 서로 정답게 정담을 나누는 게 아닌가.]

영화 '비념'은 당시의 생생한 목격담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폭도로 몰려 육지로 가서 1년 형을 받았어. 피로 옷이 젖었어.]

[누구한테 하소연할 데도 없고, 말을 섣불리 꺼내면 위험하고.]

[임흥순/'비념' 감독 : 제주도 섬 자체가 거대한 무덤처럼 보였어요. 묻혀진 4.3의 의미라든가 역사에 대해서 한번 쯤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아름다운 풍광 속에 스며 있는 제주의 아픔이 영화를 통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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