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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한옥마을, 흉가로 전락…왜?

한옥마을 곳곳이 빈집…정책이 위기원인

<앵커>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왔던 서울 서촌 한옥마을에 영화처럼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마을 전체가 아예 폐가촌이 될거라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정부의 한옥 보존정책이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김현우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건축학 개론'의 배경이었던 서촌 한옥마을입니다.

영화 속 그 집은 실제로도 3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서촌 한옥마을의 또 다른 집입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흉가가 돼버렸습니다.

마당엔 나뭇가지와 잡초 더미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습니다.

낡은 기왓장과 서까래는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기도 위태로워 보입니다.

금방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박순희/서울 통인동 : 분위기도 안 좋잖아요. 좀 깨끗해야 하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여름에는 냄새도 나고, 동네 사람들이 쓰레기는 다 버리고. 그런 식이에요, 지금.]

경복궁 서쪽의 효자동과 통인동 일대의 서촌 한옥마을은 1900년대 초반의 건축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촌 한옥마을 688동 가운데 빈집은 40곳이나 됩니다.

빈집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옥 보존정책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으로 한옥 지정구역에선 낡은 집을 헐어도 다시 한옥만 짓도록 규제받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침체와 맞물리면서 한옥이 잘 팔리지도 않고, 또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게 되자 결국 집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김한울/서촌 주거연구회 사무국장 : 재개발을 꿈꾸면서 집수리를 미뤘던 가옥들이 너무나 낡아 버린 상태에서 현재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수리비 명목으로 서울시에서 가구당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지만 오래된 한옥을 고치고 유지하려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서촌 한옥마을이 폐가촌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장운석,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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