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도입 8년 만에 근로자 절반 가까이가 이 연금에 가입했습니다. 규모도 67조 원이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내실은 좀 다릅니다. 1인당 받는 연금 액수가 1천 100만 원정도 입니다. 노후를 보장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퇴직에 맞춰서 일시불로 타가기 때문에 연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합니다.
장세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3년 직장 생활을 끝내고 돈까스 집을 연 이성우 씨.
창업에 퇴직금 2억 원을 털어넣었습니다.
[이성우/퇴직후 창업자 : 퇴직을 했을 때에는 뭔가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을 할 수 있는 시드 머니가 퇴직금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거든요.]
2005년 12월 퇴직연금 도입 이후 가입자들도 대부분 이 씨처럼 연금을 한꺼번에 털어 썼습니다.
지난해 퇴직연금을 받은 13만 명 가운데 매월 지급식으로 받는 은퇴자는 3천 400명, 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7%, 12만 7천여 명은 일시불로 타갔습니다.
평균 1천만 원 남짓이다 보니 생활비로 충당하거나 액수가 큰 경우도 투자나 대출상환에 썼습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해 노후보장 수단으로 삼자는 퇴직연금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겁니다.
[박홍민/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상무 :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소진하게 되면 노후에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영국과 호주 같은 연금 선진국처럼 퇴직금의 일정부분에 대해서 매월 지급식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