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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이슬람권 일부다처제 논쟁

<앵커>

이슬람 문화권의 독특한 전통 중의 하나가 남편 한 명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일부다처제입니다. 그 사회의 특별한 필요 때문에 생긴 제도인데, 요즘 이 일부다처제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윤창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카이로에서 잡역부로 일하는 파크리 씨.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이 건물 지하에 3명의 부인과 10명의 자녀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일부다처제 가정입니다.

남루한 살림에 끼니 걱정이 끊이지 않지만 3명의 부인들은 집안 일을 분담하고 서로의 아이들을 돌봅니다.

[옴 아야/첫째 부인 : 이복형제들이 종종 싸우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슬람 율법은 부인들에 대한 공평한 대우와 차별없는 양육, 공정한 상속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늘 다툼과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옴 모하메드/둘째 부인 : 남편이 셋째 부인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어요. 너무 질투가 났어요.]

[옴 아미라/셋째 부인 : 다른 부인들은 제가 가장 어린 막내라 굉장히 시기하는 것 같아요.]

남편 파크리 씨는 부인들 사이를 중재하느라 애를 먹습니다.

그래도 여건만 된다면 또 결혼을 할 생각입니다.

[파크리/남편 : 저는 이슬람 교리를 충실히 따릅니다. 율법엔 4명의 부인을 얻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일부다처제는 이슬람교 초기 수많은 전쟁고아와 미망인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습니다.

여기에 종교적 의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부자들은 물론 서민들 사이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선 기혼남성의 1/4이 2명 이상의 부인을 두고 있고, 다른 중동 국가들은 70% 이상이 일부다처제 가정입니다.

특히 계속된 경제 위기 속에 결혼을 미루는 젊은 여성들이 늘자, 이슬람 진영은 일부다처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칼레드 바드르/이슬람학 박사 : 미혼여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은 일부다처제를 지혜로운 해법으로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일부다처제가 종교를 앞세운 심각한 여성차별일 뿐이라는 반발도 거셉니다.

[도와/카이로 시민 : 시대착오적인 제도입니다. 완전히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일부다처제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사회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이슬람 세력과 비이슬람 세력 간의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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