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벼랑 끝 '고시원 푸어'…주거 난민 100만 가구

<앵커>

긴 복도에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은, 고시원입니다. 서울에만 5700곳이 넘습니다. 사실 이름은 고시원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 중에 고시생은 채 20%도 안 됩니다. 대부분 전세나 월세 살 형편도 안되는 주거 난민들의 임시 보금자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고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고시원.

직장을 잃거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좁디 좁은 방 한 칸에서 살아갑니다.

월 25만 원 고시원비 아끼려고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고시원 거주 남성 : 냉장고 (사용료) 만 원 더 줘야 해요. (아, 그래서 냉장고를 빼신 거예요?) 네, 네. 그 돈 때문에 아까워서 뺀 거예요.]

스티로폼을 얼기설기 붙여 외풍을 막아보지만, 마음속 한기는 그대로입니다.

[이 속에 곰팡이가 다 슬어 있어요. 다 젖어서.]

역시 고시원에서 사는 이 50대 남성은 3년째 살던 고시원에서 쫓겨날 처지입니다.

공사장 막노동으로 근근이 연명해왔지만, 이젠 몸이 아파 그나마도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고시원 거주 남성 : (고시원비) 밀리면 여기 있을 수가 없어요. 바로 쫓겨나요. 거리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고시원 조차 버거운 사람들은 매일 밤 시간당 600원 받는 PC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PC방에서 자는 남성 : 일주일은 있을 수 있거든요. 자주 오는 사람은 싫어해요.]

하룻밤 6천 원으로 해결되는 만화방 낡은 소파에 몸을 누이기도 합니다.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구석에 작은 방을 만들어 놓은 만화방도 있습니다.

[만화방 직원 : 밥은 없어요. 잠만 (자요). 지금 씻고 있어요. 일 갔다 와서 다들.]

커피 값 3천 원만 내면 밤새 의자에서 쪽잠을 잘 수 있는 지하 다방.

밤이 깊어지자 빈자리가 없습니다.

[지하 다방에서 자는 남성 : 추워서 또 들어왔어요. 낮에 자면 5백 원 깎아줘요. 2천5백 원.]

보증금 없는 월세를 포함한 이른바 '주거 난민'은 전국적으로 100만 가구.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이들에게 올 겨울나기는 '생활'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박진훈)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