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잴 때마다 달라…우유업체의 수상한 눈금자

<앵커>

모름지기 잣대라는 건 정확하고 공정한 게 생명이죠. 그런데 20년 넘게 우유업체가 만든 눈금자로 원유를 납품해온 낙농가가 이 잣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낙농가에겐 이른바 슈퍼 갑인 우유업체가 그 긴 세월 동안 양을 속여서 수억 원의 원유값을 떼먹었다는 겁니다.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경주의 한 낙농가.

20년 넘게 거래해온 우유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거래중단 통보를 받았습니다.

업체가 원유를 가져갈 때 양을 속인다고 따진 게 화근이었습니다.

[박화순/낙농주 : 하루에 70kg도 차이가 나고 107kg도 차이가 나고요. 전표를 지금 10년 치 그냥 다 보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속였다는 건지,

[(우유 업체가) 이 자로 재서 20년 이상 우유를 가져갔어요.]

이상하게 액체인 우유를 재는데, 리터가 아닌 kg단위로 눈금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 칸이 20kg인데, 업체는 직접 제조한 이 자를 원유통에 담궜다 뺀 뒤 눈금에 묻은 우유로 양을 측정해온 겁니다.

정확한 방식일까.

이게 우유양을 측정할 때 사용한다는 눈금자인데요, 얼마나 정확한지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이 직접 측정해보겠습니다.

똑같은 조건이었는데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 달랐습니다.

이번엔 공인된 기계로 재봤습니다.

측정값은 역시 달랐지만, 양은 눈금자로 쟀을 때보다 분명히 늘어났습니다.

우유업체가 농가에 값을 치른 양보다 항상 많은 양을 가져간 건 분명합니다.

낙농가는 지난 20년 동안 눈금자에 속아 손해를 본 돈이 2억 5천만 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업체는 눈금자든 기계든, 측정 오차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해당 우유업체 관계자 : 플로미터(기계)도 오차가 없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기계가 더 오차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눈금자도 분명히 오차가 있습니다.]

항상 한쪽이 손해 보는 오차란 있을 수 없는 법.

혹시 갑과 을 관계의 불공정 거래는 아닌지 정확히 따져볼 일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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