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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고궁 나무들…'참나무 에이즈' 비상

<앵커>

서울 종묘와 창덕궁의 참나무들이 참나무 불치병에 걸려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정확한 치료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호건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방제요원들이 전기톱으로 죽은 참나무를 자릅니다.

베어진 나무 단면마다 검은색 곰팡이의 흔적과 함께, 벌레가 파먹고 지나간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습니다.

전형적인 참나무 시듦병 증상입니다.

광릉 긴나무좀이라는 벌레가 파고 들어가 곰팡이균을 옮기는 병으로 고사가능성이 극히 높기 때문에 일명 '참나무 에이즈'라고 불립니다.

[방제 관계자 : 매개충은 죽일 수 있는데 곰팡이를 죽일 수 있는 치료약은 아직 없어요. 곰팡이가 나무를 죽이는 거지 매개충이 나무를 죽이는 게 아니거든요.]

서울시내 고궁의 고목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서울 종묘입니다.

고사한 뒤 잘려나간 나무들이 곳곳에 즐비합니다.

50년에서 많게는 100년 가까이 된 고목들이 줄줄이 베어져 나가면서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참나무 시듦병에 걸려 벌목한 나무입니다.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보겠습니다.

지름이 1m가 넘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50그루가 말라죽기 시작해 지난달에 60그루를 베어냈습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한 상태지만 병이 얼마나 더 확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태식/문화재청 종묘관리소장 : 내년에는 더이상 발생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종묘 주된 수종이 참나무기 때문에 더이상 발생되지 않고 이 상태에서 좀 멈춰줬으면 좋겠습니다.]

창덕궁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고사된 나무 43그루를 베어냈고, 올해도 90그루를 잘라내야 합니다.

병을 퍼뜨리는 벌레의 접근을 막기 위해 끈끈이 비닐을 나무에 둘러 놓았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서상태/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저희가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병은 그렇게 방지하기 어렵고요. 일본쪽에서도 아직 뚜렷한 방지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004년부터 우리나라에 나타나기 시작한 참나무 시듦병.

이미 서울 북한산에서만 160만 그루가 말라 죽은데 이어 서울 도심 고궁의 아름드리 고목까지 고사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영상취재 홍종수,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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