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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원금이 쌈짓돈?…단체 간부가 '펑펑'

<앵커>

장애인들 돕는 데 쓰라고 모아준 지원금을 장애인 단체 간부들이 쌈짓돈처럼 빼돌려 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일 점검하는 역할을 맡은 관청은 까막눈이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장애인을 위한 무료급식 후원금을 빼먹는 장애인 단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장애인단체 회원 : (급식 먹으려고) 30명 왔는데, (시청에) 올린 거 보면 100명도 넘고 무료 급식 후원을 받잖아요. 후원금을 노리고 그러는 거지.]

무료 급식 인원을 허위로 보고해 지자체와 각종 후원단체가 지원하는 쌀과 돈을 타낸단 겁니다.

장애인 단체 무료 급식소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용자를 세봤습니다.

하나, 둘 , 셋, 점심시간 한 시간가량 식당을 드나든 사람은 20명 남짓.

[무료 급식 봉사자 : 오늘은 얼마 안 됐어요, 20명 정도. 화요일, 금요일은 사람이 얼마 안 되고, 월·수·목은 많고 그래요. (월·수·목은 몇 분 정도 오세요?) 한 40명, 한 50명.]

많아야 50명 찾아온다는 건데, 이 단체가 시청 복지과에 올린 급식인원 보고서를 보니 거의 위조 문서 수준입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올린 무료 급식 보고서 좀 보여주세요.]

가장 적은 게 120명 많게는 136명까지, 급식인원이 100명 넘게 뻥튀기 돼 있습니다.

[시청 관계자 : (일 평균 120명? 이게 장애인 단체쪽에서 작성해 올리는 건가요?) 네. (이 인원 수에 맞춰서 쌀이 나가는 건가요?) 그렇죠.]

시청은 장애인단체의 보고를 지난 10년 간 제대로 점검해본 적이 없습니다.

[(점검을 안 하시나요?) 매번 점검하기는 어렵고, 나가보기는 하는데 120명 점심 먹는지 순간 덮쳐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데요.]

[저희 하루 나가서 봤어도 그런데, 한 번쯤은 그런 현장을 보셨을 법도 한데….]

정부가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지원하는 장애인용 특장차 사업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지체장애인들이 급할 때 이용하는 특장차량입니다.

이 특장차량이 오늘 하루 종일 이 곳에 주차돼있는 걸 제가 확인했는데, 과연 지금 이 차를 이용할 수 있을지 한번 전화로 물어보겠습니다.  

[장애인단체직원 : (특장차량으로 병원 좀 이송할 수 있을까요?) 현재 대기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지금 운행을 하고 있어서 (사용이 안 됩니다.)]

거짓말입니다.

곧바로 이 단체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차량이 운행 중이어서 사용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와 보니까 차가 떡하니 서 있네요.) 누가 그랬어요? 한 번 들어오라고 해. 김 실장, 전화번호를 달라는 말은 안 했는가? 우리 기본인데.] 

이 단체가 작성한 특장차 운영일지입니다.

2010년과 2011년의 운행일지가 날짜만 바뀐 채 그대로 복사돼 아예 똑같습니다.

제대로 운영도 하지 않으면서 매년 3400만 원씩 받아 쓰다가 전 회장이 결국 회원들에게 고발됐습니다.

공금이 쌈짓돈으로 새는 사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취재진 3명이 들어서기에도 빠듯한 한 지체장애인의 자취방.

[조영준/지체장애인(기초생활 수급자) : (요청을 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해본 적은 많죠. 대부분 거절당하고 (장애인이) 조금이나마 성의 표시를 좀 하면 (단체가) 그분들한테는 좀 잘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단체는 모두 530여 곳이나 됩니다.

복지 예산을 늘리는 일만큼 엉뚱한 곳으로 이 돈이 새지 않도록 단속하고 정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주용진, 영상편집 :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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