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이집트에선 대낮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혁명의 성지가 된 광장까지 심각한 성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윤창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카이로의 한 대로변.
몇몇 남성들이 길 가는 여성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신체에 손을 댑니다.
주로 10대 청소년들인 이들은 떼지어 다니며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고 있습니다.
피해여성들은 항의도 못한 채 자리를 피하기 급급합니다.
[아말/여학생 : 성희롱을 당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시민혁명의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은 심각한 성폭력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달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프랑스 여기자는 생방송 도중 이집트 남성들에게 마이크를 빼앗기고 끌려가 끔직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미국 CBS의 라라로건 등 여기자 여러 명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집단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했습니다.
뿌리깊은 여성차별과 성범죄에 대한 여성 단체들의 항의와 언론의 집중보도가 이어지자, 이집트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나글라/이집트 여성위원회 국장 : 이집트 사회가 처음으로 성범죄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을 늘리고 CCTV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 자체가 커다란 변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골적인 여성차별을 주장하는 강경 이슬람 세력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