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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안 가르치는 외고…입시학원 변질

<앵커>

외국어 특기생을 육성하겠다고 설립된 외국어 고등학교 가운데 일부가 정작 외국어 교육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입시중심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이대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가 관할 교육청에 보고한 3학년 1학기 시간표입니다.

전공 언어와 영어, 제2외국어 등 외국어 전문교과 수업을 주당 17교시 실시하는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간표는 다릅니다.

영어와 외국어 관련 수업이 12교시밖에 안 됩니다.

대신 수학과 국어 같은 과목에 5시간을 더 할애했습니다.

규정상 외고의 경우 졸업 전까지 영어와 제2외국어를 반드시 80단위 이상 이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와 외국어 수업이 50단위밖에 되지 않은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 위법이죠. 어떻게 보면. 확인 후에 징계나 이런 것들은 따라야 되지 않을까.]

지난 2007년에도 위장 시간표를 만들고 이과반을 별도로 운영하던 외고가 적발돼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00 외고 졸업생 : 영어 같은 경우도 청해, 독해, 말하기 등 과목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모든 수업이 다 결국 수능 영어로 귀결됐어요. (독일어는) 정관사 정도 기억나고 아무것도 기억 안 나죠.]

대부분 우수한 영어 실력을 갖춘 외고 학생들의 경우 입시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학교 교육도 외국어보다는 수학이나 국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재작년 서울 00 외고 졸업생 : (외고가) 설립 목적이랑은 안 맞죠. 외국어 인재를 길러 내는 게 아니니깐. 학교에서 홍보하는 게 '중국어 몇 급 땄어' 이런 게 아니라 서울대 몇 명 보내고 이런 것만.]

외국어 인력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져 가고 있는 외고의 운영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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