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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싫어요"…불주사 대신 '도장' 알고 보니

<앵커>

주사바늘을 불에 달궈서 한번 맞으면 어찌나 뜨거운지 '불주사'라는 이름 붙은 결핵 예방주사 기억나시죠. 흉터도 큼지막하고요.

이건 요즘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는데, 부모님들이 그 흉터가 싫어서 병원가서 돈 내고 아이들에게 도장식 예방주사를 맞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정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기가 태어나면 한달안에 결핵 예방백신 즉 BCG를 맞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보건소에서 BCG 주사를 맞는 아기는 하루 서너 명.

백신 한 병으로 10명까지 접종할 수 있지만 다 쓰지 못한 채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권선영/강북구보건소 가정의학과 전문의 : 예방접종을 많이 오시는 편이 아니라서 한 명만 맞고 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대부분의 신생아는 무료인 보건소 접종 대신, 병원에서 7만 원짜리 도장식 접종을 맞고 있습니다.

이유는 흉터 때문입니다.

보건소의 주사식 접종은 흉터가 남는 반면 눌러서 약을 스며들게 하는 병원의 '도장식' 접종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손희주/도장식 BCG 선택 : 주사로 놓는 건 흉터가 생겨서 보기 흉하니까 그냥 도장 찍는 걸로 하려고요.]

실제로 무료인 주사식을 접종하는 영유아 수는 매년 20%에 불과한 반면 7만 원은 줘야 하는 도장식을 접종하는 영유아 수는 70%를 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도장식 접종을 표준 접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환종/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찌르는 정도에 따라 상처 깊이가 다르겠죠. 그럼 약이 침투하는 양이 다릅니다.]

일본에서는 접종 숙련도에 따라 도장식의 예방효과가 두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원장 : 충분한 양이 접종이 안 됐다고 보는 거고요. 간접적으로 예방효과도 떨어지지 않나 보는 거죠.]

[이학영/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 말만 무료이지, 실제로 부모들은 자기 돈을 내고 접종을 받고 있습니다. 선택권이 없는 것이죠.]

아기 부모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보건당국이 접종방식의 장·단점 등에 대해 훨씬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김세경,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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