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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도 안 보여…'비상구 유도판' 유명무실

<앵커>

화재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서 건물에는 출구를 안내하는 '비상구 유도표지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생명등이죠.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한세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6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연기가 올라와요. 하얀색 인데 탄 냄새가 나요.]

불은 1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출구를 찾지 못한 주민 14명이 연기에 질식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실제 화제가 발생했던 사고 현장입니다.

이렇게 대피유도판이 설치돼 있지만, 조금 전 보신 것처럼 화재로 전기 공급이 끊길 경우 이 유도판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주민들이 대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구나 LED 조명을 부착한 대피 '유도등'과 형광물질로 된 대피 '유도판'의 성능을 비교해봤습니다.

'유도등'의 밝기는 624cd/m였지만 '유도판'은 2.4cd/m에 그쳤습니다.

300배나 차이가 납니다.

발광 지속 시간도 '유도등'은 1시간 이상 계속됐지만, '유도판'은 10분도 채 견디지 못합니다.

현행 소방 규정상 아파트 10층 이상 복도에 한해 유도등 설치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화재 피해 주민 : (불이 나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연기가 자욱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잡고 내려왔어요.]

형광 유도판은 제조 업체의 자체검사만 받아도 시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 점검 결과 유도판 10개 중 3개꼴로 제 기능을 다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원철/한국소방산업기술원 팀장 : 비정상적인 제품은 5분 정도 있으면 빛이 없어지고 보이지 않아요. 6시에 해가 지면 7시쯤엔 (유도판)의 빛이 없다고 봐야 되겠죠.]

유도판은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소방당국의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 : 저녁에 어두울 때 가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붙잡혀 있는 상황에선 몇 개도 (검사하기) 힘들죠.]

[고희선/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 유도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따라서 주민의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설치기준 강화와 사후 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아파트 화재로 해마다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비상구를 찾지 못하면 불은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습니다.

'화재'가 '인재'가 되지 않도록 비상구 유도표시 개선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양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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