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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불량 소화전, 전국 3400여 개 방치

<앵커>

평소에는 있으나 마나 해도 괜찮은데 일단 불이 나면 반드시 필요한 게 소화전입니다. 그런데 불이 나도 있으나 마나 한 소화전이 전국에 3400개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소화전입니다.

소화전과 소방호스를 연결하려면 파이프를 끼워야 합니다.

하지만 소화전이 낡으면서 구멍이 느슨해지는 바람에 파이프를 제대로 끼울 수 없습니다.

급수 밸브가 휘면서 물을 틀기 어려운 소화전도 있습니다.

[소방대원 : 지금 수리 대상에 잡혀 있습니다. 이게 지금 휘어가지고 그런 것 같아요. 원래는 괜찮았는데…]

급수 밸브가 고장 난 소화전입니다.

물이 나오는지 밸브를 돌려보겠습니다.

아무리 돌려도 계속 헛돌기만 할 뿐 물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땅속에 설치한 소화전은 내벽이 무너져 흙더미에 묻혔습니다.

[소방대원 : 이게 흙이 좀 차 있어서. (흙이 왜 이렇게 차 있는 건가요? 여기는?) 옆에서 밀려 들어와서 그렇죠.]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이 소화전은 아예 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이런 소화전이 소방방재청 조사결과 전국적으로 34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수리가 된 게 2천100여 개에 불과해 정비율이 6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화전 설치와 수리는 자치단체의 수도사업본부가, 관리는 소방서로 이원화돼있습니다.

소방서가 고장 난 소화전을 발견하더라도 수리는 수도 사업본부 책임이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되는 겁니다.

예산도 문제입니다.

올해 소화전 보강에 필요한 예산은 79억여 원이지만 실제 배정된 예산은 54억 원에 불과합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 : (예산이) 당연히 모자라죠. 항상 예산에 있어서 조직 차원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다 보니까 보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안되는 게 많아요.]

[고희선/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 고장난 소화전에 대한 관리를 일원화해 화재 진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소화전이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점검과 신속한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주용진,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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